국내 스크랩(고철) 수입량이 계속되는 건설 경기 침체에 절반으로 쪼그라들었다. 스크랩은 철강업계 ‘저탄소’를 위한 핵심 자원으로 평가 받는 만큼 당초 철강사들 간 경쟁 심화가 예상됐었다. 다만 당장의 수요 부족에 스크랩 업체들의 수출량만 늘어나는 모습이다.
7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철스크랩 수입량은 총 112만 8000톤으로 지난해 동기(213만 4000톤)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2022년(274만 5000톤)에 비해 40%에 불과하다. 반면 스크랩 업체가 해외로 수출하는 물량은 19만 5000톤으로 지난해 상반기(17만 5000톤)보다 늘었다.
이는 철강사들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전기로의 핵심 원료인 스크랩 확보에 총력을 다하던 이전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더욱이 철강업계 맏형인 포스코가 2026년 대형 전기로 가동을 앞두고 6년 내 스크랩 구매량을 30% 늘린다고 발표하면서 제철소들 간 ‘스크랩 경쟁’도 예고됐었다. 하지만 건설업계 침체가 지속되며 철근 및 봉형강 수요가 감소하자 철강사들 역시 재고가 쌓일 것을 우려해 스크랩 확보에 소극적이다. 실제 아파트 뼈대 등에 사용되는 철근의 반제품 ‘빌릿’과 봉형강 반제품 ‘블룸’을 제조하는 전기로의 조강 생산량은 올해 5월까지 775만 7000톤으로 전년 대비 13% 급감했다. 국내 스크랩만으로 조강 생산을 위한 수요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만큼 철강사들은 수입을 크게 줄였다.
여기에 국내 고철 가격이 끝없이 하락세인 것도 철강사들이 수입산을 줄이는 요인이다. 올 7월 기준 톤 당 국내 스크랩(중량A급 기준) 가격은 38만 4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만 원) 대비 7만 6000원이나 떨어졌다. 이는 현재 45만~53만 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수입산과 큰 차이가 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철 가격이 3년 만 최저까지 떨어지고 판매량도 크게 줄며 전기를 보유한 철강사들은 이전과 달리 수입 스크랩에 크게 의존하지 않고 있다”며 “스크랩 업체들도 상대적으로 건설 수요가 꾸준한 동남아 등에 수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 국내 제강사들이 전기로 조강 생산량 조절에 나서고 있는 만큼 스크랩 수입량은 하반기에도 감소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현대제철은 인천 공장 전기로 특별 보수를 7월 말에서 또 다시 연장했다. 동국제강 역시 전기로를 야간에만 돌리는 식으로 해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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