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에 힘입어 기업공개(IPO) 작업 순항을 이어갔던 케이뱅크가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앞두고 암초를 만났다. 글로벌 증시 급락에 카카오뱅크(323410)를 비롯한 비교기업(피어)으로 삼을만한 인터넷은행들의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경우 케이뱅크가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평가받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이르면 이달 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을 전망이다. 케이뱅크는 6월 28일 예심을 청구했는데 이달 30일이 거래소의 권고 심사 기한(45영업일) 마지막 날이다. 케이뱅크가 2022년 상장을 추진했을 때도 잡음 없이 예심 승인을 받았던 만큼 이번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는 약 7조 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1분기 말 기준 케이뱅크의 순자산(자본총계)이 1조 9183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약 3.5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해야 한다. 올 초 상장주관사단을 꾸릴 때까지만 해도 국내 1호 인터넷은행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의 PBR이 2.4배를 오갔다. 해외 피어 구성에 따라 고평가 논란을 피하면서도 희망 수준의 PBR배수를 맞출 수 있었다.
카카오뱅크 주가는 올 2분기부터 수직 낙하하기 시작했다. 오너 리스크와 실적 둔화 우려가 겹친 탓이었다. 아시아 증시가 폭락한 전 거래일에는 주가가 9.74% 떨어지며 시가총액 10조 원 선이 깨졌다. 주가는 이날 소폭 반등했지만 PBR배수는 1.52배까지 떨어졌다. 카카오뱅크의 PBR만을 적용해 구한 케이뱅크의 기업가치는 2조 9158원에 불과하다. 현재 장외 시장에서 평가 받고 있는 기업가치(5조 원 안팎)에도 크게 못미친다.
케이뱅크의 잠재적 피어로 거론되고 있는 일본 라쿠텐은행(-2.55%)과 SBI스미신넷뱅크(-1.11%)는 이날 닛케이지수의 10%대 반등에도 불구하고 3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들 기업의 PBR은 1분기 말 2.05배, 2.73배에서 각각 1.77배, 2.2배까지 낮아졌다.
케이뱅크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PBR배수가 높게 형성된 해외 기업들을 피어그룹으로 적극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카카오뱅크가 피어그룹에 포함했던 스웨덴 노르드넷(Nordnet AB)의 경우 최근 주가가 고점 대비 16% 정도 빠지긴 했지만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어 PBR이 7.47배에 이른다. IB업계 일각에서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브라질의 누뱅크(NU HOLDINGS) 역시 케이뱅크의 유력한 피어로 거론하고 있는데 누뱅크의 PBR은 7.69배다.
다만, 케이뱅크가 나름의 상장 청사진을 짜 피어그룹을 구성하더라도 시장이 이와 같은 PBR배수가 적용된 몸값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반기 증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최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적용으로 케이뱅크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에 지불하는 이자 비용이 늘어나게 돼 일부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케이뱅크 입장에서는 투자자 설득의 난이도가 더욱 높아진 셈이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IPO 과정에서 케이뱅크의 차별적 가치를 입증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영업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혁신투자 허브로의 도약 등 주요 비전 달성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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