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살림 적자 규모가 6월 누계로 1년 전과 비교해 20조 4000억 원 증가해 103조 원을 넘어섰다. 윤석열 정부 들어 6월 기준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가 100조 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규모로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110조 5000억 원 이후 가장컸다. 지난해 기업실적이 저조해 법인세 납부실적이 크게 줄어들면서 국세수입 감소폭이 늘어나 재정 안정성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현 정부가 전임 정부의 방만 재정을 강하게 비판하며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웠지만 나라 살림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힘들게 됐다.
기획재정부가 14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8월호’를 보면 6월 말 누계 총수입은 296조 원으로 1년 전보다 3000억 원 줄었다. 같은 기간 기금수입이 8조 7000억 원 증가하는 등 6월 누계 세외수입이 1조 1000억 원 늘었지만 국세 수입은 10조 원이 감소했다.
국세 수입이 쪼그라든 것은 지난해 12월 결산 법인이 내는 법인세가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6월까지의 법인세 수입은 30조 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 1000억 원 급감했다. 진도율은 39.5%로 상반기 동안 절반을 채우지 못했다. 이 같은 낮은 세수 진도에 기재부는 이미 조기 경보를 발령해 세수 결손을 공식화했다.
반면 경기 활성화를 위한 신속 집행 여파로 지출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다. 정부의 신속 집행 예산(252조 9000억 원)은 6월까지 66.2% 집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포인트 높다. 집행액은 1년 전보다 7조 8000억 원 증가해 167조 5000억 원이었다.
총지출이 총수입을 웃돌면서 통합재정수지는 76조 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103조 4000억 원 적자였다. 이는 지난달 적자 금액(-74조 4000억 원)보다 29조 원이 늘어난 수치다. 역대급 세수 결손이 벌어진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도 20조 4000억 원 늘었다.기재부 관계자는 “6말 기준으로 2020년에 110조 5000억 원이었고, 규모로 보면 올해 103조 4000억 원으로 두 번째로 크다”며 “다만 2022년에도 101조 9000억 원으로 100조 원 넘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5월까지 누적으로 역대 최대치였던 국가채무(1146조 8000억 원)가 6월 누적으로는 9000억 원 감소해 1145조 9000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 예산상 계획된 국가채무는 1163조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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