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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집값 우려에 이달 금리 동결…10월에나 인하할 듯"

■서경 금통위 서베이

전문가 "8·8대책 효과 판단일러"

금리 내리면 '부동산 자극' 지적

美연준 피벗은 '9월 전망' 지배적

82%가 인하폭 0.25%P로 예측

66% "한은 통화정책 적절" 평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 전경. EPA연합뉴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 우려에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내수 둔화가 심화하고 있지만 집값과 가계부채를 고려하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린 후인 10월께나 한은이 금리를 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울경제신문이 15일 금융사 이코노미스트와 경제학과 교수 등 전문가 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서경 금통위 서베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82.6%(19명)는 이달 21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리 인하를 점친 이들은 17.4%에 그쳤다.

금리 동결의 이유로는 절반이 넘는 52.6%가 ‘부동산 가격’을 지목했다. 가계부채(21.1%)를 더하면 약 73%가 부동산 관련 리스크를 꼽았다. 부동산 우려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금리 인하 전에 금리를 내리는 게 부담(15.8%)’이라는 응답과 ‘인플레이션 우려 등(10.5%)’을 크게 앞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부동산 가격이 불안한 것은 상반기에 대출금리가 많이 내려갔기 때문”이라며 “기준금리를 낮추면 부동산 수요를 추가로 자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8·8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한 평가에서도 또렷이 드러난다. 금통위 개최 2주 전에 나온 대책인 만큼 향후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할지 판단하기 이르다’는 취지의 답이 42.9%에 달했다. 시간을 두고 공급 대책이 얼마나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되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다. 응답 중에서는 이번 대책이 통화정책 결정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들도 33.3%나 됐다. ‘대출 규제 같은 수요 규제가 필요하다’는 답은 14.3%였고 정부 바람대로 ‘금리 인하 여건 조성에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9.5%에 그쳤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이 이제야 나왔다”며 “지금 부동산을 자극하는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집값을 잡으려는 의도와 엇박자를 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8월 금리 동결이 이뤄질 경우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10월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응답자의 78.9%가 10월을 첫손에 꼽았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가계대출, 부동산 우려 등 뱉어놓은 말이 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을 충분히 지켜보면서도 연준의 결정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은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에도 영향을 주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9월(87%)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1월은 4.3%, 내년 초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8.7%였다.



다만 금리 인하가 이뤄져도 0.25%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응답자의 81.8%가 ‘베이비스텝’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0.5%포인트의 ‘빅스텝’을 점친 이들은 18.2%에 불과했다. 미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더라도 단계적으로 시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은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가 잡기라는 연준의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율 둔화에도 큰 보폭으로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까지의 한은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응답자 20명 중 19%가 ‘매우 적절’, 47.6%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66%가 넘는 셈이다. ‘부적절’과 ‘매우 부적절’은 각각 19%, 14.3%로 조사됐다. 한은의 정책이 부적절하다고 본 이들은 통화 당국이 내수 침체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 안정은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 등 미시적인 정책으로 대응할 수가 있다”며 “대신 기준금리는 모든 경제주체에게 같이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 부동산과 결부시켜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에는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해서는 내수와 중동 위기 확산, 미국 경기 둔화 등이 꼽혔다. 티메프발 자영업자 연쇄 도산 리스크가 금융 업계로 확산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이승헌 숭실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내수 부진은 금리를 올리면서 발생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최근 중동 사태에 수입 가격이 뛰고 있어 물가 안정화 추세를 안심할 수만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수출만 믿고 있었는데 미국 경기 침체로 수출이 어려워진다고 하면 큰 영향이 있을 수 있다”며 “중국도 내수가 안 좋아서 대중 수출이 얼마나 살아날지, 우크라이나가 다시 러시아 침공을 해서 확전으로 갈지, 종전으로 갈지 등 변수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 여력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 미국과 비슷한 강도로 금리를 올렸다면 금리를 인하할 때는 내수 부양 효과가 바로 나타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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