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1억 달러(약 1359억 원) 이상 투자하는 ‘투자 공룡’인 국내 기관투자가의 포트폴리오에는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애플도 한국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받았다.
16일 한국투자공사(KIC)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분기 13F 보고서에 따르면 KIC가 분기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의 자산 가치는 396억 8978만 달러(약 54조 178억 원)로 파악됐다. KIC는 정부와 한국은행의 외환보유액을 굴리는 국부펀드로 국제 주식시장에서도 영향력이 상당하다. KIC 보유 1위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로 전체 자산의 6.36%를 차지했다. 이어 엔비디아(6.22%)와 애플(5.98%)이 뒤를 이었다.
정부 기관이 아닌 국내 금융기관 중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00억 6939만 달러(약 27조 3144억 원)를 미국 주식에 투자해 13F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선택은 엔비디아(6.45%)와 뱅가드 500 인덱스 ETF(5.38%), 마이크로소프트(5.31%)였다. 뱅가드 500 인덱스 ETF는 미국 초대형 ETF 종목 중 하나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를 추종한다. 미국 대형 기업 500곳의 성과를 추종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며 분산투자 효과가 있다.
앞서 공개된 국민연금의 포트폴리오까지 종합해보면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공통적으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118조 원을 굴리면서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 순으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애플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상위 보유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국민연금과 KIC로부터는 공통적으로 선택받았다.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최근 애플 종목을 대량 매도했지만 여전히 애플 주식을 4억 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 큰손들은 이미 2분기부터 경기 하강 사이클을 대비해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조정)하고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순매도한 상위 5개 종목은 우라늄(카메코), 리튬(앨버말), 금은(휘턴프레셔스), 산업용 수소(엔터프라이즈프러덕츠) 등 모두 원자재 관련이거나 중소형주 ETF(뱅가드 러셀 2000)였다.
반면 순매수 상위 종목은 대형주 중심의 ETF인 △뱅가드 500 △아이셰어즈 코어 S&P500 △인베스코 QQQ 트러스트 △SPDR S&P500 △인베스코 나스닥100이었다.
KIC는 반도체 섹터에 집중하되 업계 내에서 안정적이고 성장성이 더 높은 종목을 선택했다. 퀄컴과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순매수했지만 온세미콘덕터와 마이크론테크·인텔은 순매도했다. 국민연금 순매수 종목은 △엔비디아 △티로프라이스 미국 주식 리서치 ETF △구글 모회사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 △글로벌 제약 회사 일라이릴리였고 순매도는 원자재와 금융주·엔터테인먼트 등 경기민감주였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들의 선택처럼) 미국 시장은 하반기에도 경기민감주보다는 여전히 엔비디아 등 성장주가 유망할 것으로 본다”며 “걱정은 대선 불확실성이지만 오히려 펀더멘털을 회복할 수 있다면 가격이 하락하는 시기가 매수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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