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한 기업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주가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오히려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이 악화한 중소·중견 상장사가 늘어난 데다 올 들어 대형주 위주 장세에서 중소형주 소외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으로 주가가 1000원을 넘지 못하는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 상장사 수는 총 231개로 지난해 말 195개에서 36개(18.5%)가 더 늘었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마지막으로 3000포인트를 넘었던 2021년 말(92개)과 비교하면 2.5배나 더 증가한 수치다.
시장별로는 코스피의 동전주가 지난해 말 44개에서 16일 46개로 2개, 코스닥은 125개에서 158개로 33개 더 늘었다. 코넥스의 동전주도 26개에서 27개로 증가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2655.28에서 2697.23으로 오른 점을 감안하면 상승장에서 소외된 주식이 그만큼 많았던 셈이다. 2021년 말과 비교하면 코스피의 동전주는 21개에서 46개로, 코스닥은 57개에서 158개로, 코넥스는 14개에서 27개로 각각 증가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올해 중소형 상장사들의 실적이 시원찮았던 데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대형주로 급속히 몰리면서 동전주 급증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은 코스피시장에서 약 22조 원어치를 순매수하면서 코스닥시장에서는 8600억 원어치만 사들이는 데 그쳤다. 코스닥 거래대금도 올 1월까지는 코스피(195조 2469억 원)보다 많은 230조 9147억 원을 기록하다가 이후에는 역전돼 현재는 코스피의 60%대 수준으로 줄었다. 유동성이 적다 보니 투기 세력의 주가조작 위험에도 크게 노출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성장 기업 진입과 부실 기업 퇴출의 선순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점도 동전주 양산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거래소가 2022년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다. 당시 거래소는 5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한 기업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게 하도록 한 규정을 바꿔 투자주의 환기 종목 지정 대상으로만 삼았다. 이후 코스피·코스닥·코넥스 등 한국의 상장 기업 수가 2021년 말 2506개에서 현 2680개로 174개 늘어나는 사이 동전주는 139개나 증가하게 됐다. 2021년 말 관리종목, 투자주의 환기 종목으로 지정된 동전주는 각각 10개, 11개였지만 이달 16일에는 29개, 42개로 늘어났다. 16일 기준으로 동전주 231개 가운데 거래가 한 건도 없었던 종목도 44개나 됐다.
전문가들은 동전주가 난립하지 않도록 기업공개(IPO) 제도를 더 가다듬고 좀비기업 퇴출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자칫 동전주가 증시에 유명무실하게 증가할 경우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에도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매년 100개 전후에 달하는 IPO 기업 가운데 상당수가 동전주로 전락하고 있다”며 “IPO 단계부터 수익성과 성장성이 유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을 잘 거르고 시세 조종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한 불공정거래 감시·제재도 대폭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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