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이달 말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소득대체율을 크게 조정할 경우 고소득층의 연금 증가액이 저소득층의 최대 네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연금의 역진성이 명확히 존재하는 만큼 소득대체율 인상에 매몰되기보다 보험료율 인상과 납입 기간 연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관련 기사 3면
19일 한국연금학회에 따르면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6월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연금 개혁 공론화 과정 평가와 향후 국민연금 개혁 방향’ 논문을 학회에 게재했다.
구체적으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2028년 기준)에서 50%로 높이면 소득 하위 20~40%인 2분위의 연금급여는 25만 9000원에서 32만 3000원으로 6만 4000원 증가한다. 반면 상위 20%는 98만 원에서 122만 5000원으로 24만 5000원 늘어난다. 2분위의 인상액보다 3.8배가량 많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이다. 대체율 40%는 연금보험료를 내는 동안 월평균 소득이 100만 원인 가입자가 노후에 월 40만 원을 받는다는 뜻이다.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은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되 소득대체율을 40%에서 50%로 인상하는 1안과 보험료율은 12%로 조정하고 대체율을 40%로 유지하는 2안을 두고 4월에 투표를 했으며 56%가 1안을 선택했다. 이후 야당은 보험료 13%, 소득대체율 45%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김 교수는 “소득과 성별에 따른 국민연금 가입 기간 격차가 매우 커 소득대체율을 높이면 급여액 증가는 당연히 고소득층일수록 크다”고 지적했다.
2019년 기준 55~59세 국민연금 가입자 중 1분위의 연금 가입 기간은 10.2년, 5분위는 19.5년으로 약 두 배였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대체율은 노인 빈곤 해소에 큰 도움을 주기 어렵다”며 “가입 기간을 늘리거나 크레딧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