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첨단 산업에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또다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미국·일본 등 세계 주요국이 첨단 반도체 산업에 수조 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전력 공급 등 인프라 구축마저 신속하게 진행하지 못해 지속 성장에 대한 위기감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번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논의 안건으로 올라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 20일 여야 정책위의장 합의로 전력망 확충 특별법을 전세사기특별법이나 구하라법, 간호법 등 다른 민생 법안과 함께 본회의에서 처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민주당 공보국에서 전력망 특별법과 관련해 “해당 법안 통과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거기에다 해당 법이 법안 소위 안건으로 올라가지 않아 담당 주무 부처인 산업부에도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여야 이견이 크지 않아 비쟁점 법안으로 분류됐다. 여야 의원이 발의한 전력망 특별법 법안을 살펴보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위 설치 방안이 담겨있다. 위원회가 구성되면 중앙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신속하게 송전망 건설을 진행할 수 있어 수십 년간 지연되고 있는 송전선로 공정 기간 단축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입지 선정과 사업 시행, 부지 매수 등 표본 공정을 한전에만 맡기지 않고 정부가 주도적으로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1대 국회에서 해당 법안이 기한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2대 국회가 들어선 이후에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 민주당 김한규 의원 등이 잇따라 법안 발의를 했지만 아직도 법안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력망 확충 특별법 법안이 28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사라지면서 오는 9월 정기 국회로 공이 넘어갔다. 특별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업계 반발이 크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적기에 전력망 확충이 필요한데 송전망 공정기간 단축을 유도하는 특별법 통과가 무산되면서 전력난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력망 부족이 지속하면 국가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전력산업 생태계 자체가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력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수요 확대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 특별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었다”면서 “전력난이 더욱 심해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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