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반도체 스타트업인 리벨리온이 삼성전자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 12단 제품을 탑재한 인공지능(AI) 칩을 연말부터 양산한다. SK하이닉스의 관계사인 사피온과 합병한 후에도 삼성전자와의 끈끈한 협력 관계를 이어가기로 했다.
오진욱 리벨리온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내용의 제품 로드맵을 공개했다. 그는 “당초 HBM3E를 한 개만 탑재한 신경망처리장치(NPU) 칩을 올해 안에 생산하려고 했지만 계획을 앞당겨 HBM을 4개 탑재한 칩부터 양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리벨리온이 자사 AI 칩인 ‘리벨’의 생산 로드맵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벨은 전작인 ‘아톰’에 이어 개발한 차세대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다. 이 제품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는 다른 구조의 NPU 칩이기도 하다. GPU만큼 뛰어난 연산 성능을 보유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회사들의 최대 고민거리인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도움이 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리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HBM이다. 리벨리온이 NPU에 HBM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벨 쿼드에는 삼성전자의 12단 HBM3E 제품을 탑재한다. 또한 삼성 파운드리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원스톱(턴키) 솔루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핵심 장치인 NPU 칩은 삼성 파운드리의 4㎚(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에서 생산하고 NPU와 HBM을 하나의 기판 위에 결합하는 패키징 공정 역시 삼성전자가 맡는다.
오 CTO는 삼성 파운드리가 리벨리온에 최적의 공정을 제공하고 있다며 강한 신뢰감을 나타냈다. 그는 “삼성전자가 메모리·파운드리·패키징에 이르는 다양한 공정을 턴키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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