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2032년 용인 1기 공장을 완성한 뒤 2050년까지 총 4개의 팹을 구축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SK하이닉스는 3년간의 지연 끝에 1·2기 팹에 대한 전력·용수는 확보했지만 3·4기 팹에 대한 인프라 문제는 아직은 해결하지 못했다. 다만 정부가 반도체이 절대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용인 산단 등 구축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전력·용수 확보도 단계적으로 해결될 전망이다.
26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2032년 5월에 용인 1기 공장을 완공하는 방침을 수립하는 방안을 그룹 계열사 등에 공유했다.
1기 공장 건축면적은 1만 9200평, 연면적은 10만 402평 규모다. 공장의 연면적은 축구장(약 2200평) 넓이의 45배다. SK하이닉스는 2027년 5월에 용인 1공장의 첫 번째 클린룸(Phase 1)을 연다. 1단계 클린룸의 면적은 1만 평으로 예상된다. 2027년 하반기부터는 2단계 클린룸 공사에 돌입하는데 5년 동안 6단계로 나눠서 1기 팹에 필요한 장비를 채울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반도체 클러스터의 1기 공장 등을 짓는 데 쓸 9조 4000억 원의 집행을 승인했다. 용인 클러스터 구축 계획에 맞춰 투자를 집행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2032년에 1기 공장을 완성한 후 △2기 공장(2038년) △3기 공장(2044년) △4기 공장(2050년) 준공 등 4반세기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완성될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차세대 메모리 생산의 ‘핵심 전진기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인공지능(AI) 산업 발달 등으로 메모리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지만 SK하이닉스의 생산 능력 확대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SK하이닉스는 국내에서 이천·청주, 해외에는 중국 우시 사업장에서 메모리 생산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신규 라인을 확장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우시 공장은 미국의 대중 제재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들일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 등이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가 계획대로 완성되는지 여부에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다만 반도체가 워낙 전력이나 물 사용이 많은 만큼 이에 대한 확보는 변수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확보 문제로 갈등을 겪은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에 용인 클러스터 투자를 발표했지만 용수 시설에 대한 여주시와의 인허가 협의가 난항을 겪으면서 부지 조성 공사 시점이 3년이나 늦어지기도 했다. 2022년 SK하이닉스는 여주시와 갈등을 봉합하면서 취약계층 주민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여주산 쌀 소비 진작과 지역 내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전력망도 확보했지만 그래도 충분하지는 않다. 반도체 공장은 공정 특성상 24시간 내내 큰 규모의 전력이 안정적으로 공급돼야 한다. SK하이닉스는 2026년까지 신안성변전소-용인 간 송전선로를 통해 2.83GW 전력을 용인에 공급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의 용인 클러스터에 대한 전력망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 SK하이닉스는 용인 1·2기 공장에 대한 전력 문제는 해결했지만 3·4기 공장 전력망 구축에 대해서는 검토 단계다. 현재 경기 지역 곳곳에서 전력망 설치에 대한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앞으로 전력망 문제는 언제든지 다시 재발할 수 있어 공장 가동 로드맵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상황은 TSMC가 일본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 힘입어 현지에 단 20개월 만에 공장을 준공한 사례와 너무 다르다”며 “한국의 대표 반도체 기업들이 폭증하는 수요에 대비하려면 회사들의 노력 외에도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하소연 했다.
한편 SK하이닉스 측은 용인 클러스터에 관한 설립 계획에 대해 “용인 클러스터 공사 계획은 현재 검토 중으로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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