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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치면 기술 변방’ 위기감에…AI영재고 세우고 양자컴 개발 속도

■ 6개 대형 R&D 사업 예타 면제

팬데믹 대비 백신개발 플랫폼 구축

단기간 예산 산출 R&D 적기지원

박사과정에 月110만원 일괄지급

5년간 국가전략기술에 30조 투입

관련분야서 유니콘 15곳 육성 목표


정부가 과학기술 분야 6개 대형 연구개발(R&D)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결정한 것은 가속화하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서 적시에 대응하지 못하면 자칫 기술 변방 국가로 밀려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선제적이고 전폭적인 R&D 지원을 통해 ‘퍼스트무버’로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먹거리를 서둘러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R&D사업평가총괄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예타 면제 사업들은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인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분야를 비롯해 과학기술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부설 AI과학영재학교 신설, 팬데믹 대비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 지원,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 미래 이공계 대학원 연구생활장려금(한국형 스타이펜드)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미래 판기술 프로젝트와 지역 혁신 선도 기업 육성이 포함됐다.

해당 사업들은 한국의 글로벌 경쟁 대응을 위해 시급하게 추진돼야 하지만 수천억 원의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탓에 재정 당국의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사업이 예타를 거치는 데만 평균 7개월 안팎이 소요되기 때문에 R&D의 적기 지원을 저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미국·유럽 등이 양자 분야에 조(兆) 단위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에서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가 지난해 3월부터 1년 6개월 가까이 예타에 발이 묶여 있었던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6개 사업의 착수 방침부터 정한 후 4개월의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과정을 거쳐 사업 내용과 규모를 구체화하기로 결정한 배경이다. 특히 6개 사업은 정부가 500억 원 이상의 대형 R&D 사업에 대한 예타 폐지를 추진 중인 가운데 사실상의 폐지인 면제 대상으로 처음 낙점된 ‘최우선 R&D 사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팬데믹 대비 mRNA 백신 개발 지원 사업은 토종 제약·바이오 기업을 지원해 화이자·모더나 등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만 가진 신기술 mRNA 백신을 국산화한다는 목표를 담았다. 팬데믹 발생 시 바이러스에 맞는 국산 백신을 200일 안에 빠르게 만들 수 있는 기반 기술, 이른바 ‘백신 신속 개발 플랫폼’을 개발한다. 필요한 사업비는 2000억 원 이상으로 전해졌다.

양자 과학기술 플래그십 프로젝트는 8년간 3000억 원 이상을 투입, IBM·구글 등과 맞먹는 1000큐비트(양자 정보처리 단위) 양자컴퓨터를 포함해 해킹을 원천 차단하고 데이터 전송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양자암호통신과 초정밀 센서인 양자센서 등 양자 핵심 기술 개발을 지원한다. 내년도 양자 R&D 예산 증액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사업비 확대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첫 AI 영재고인 GIST 부설 AI과학영재학교는 약 10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광주 첨단3지구에서 2027년 3월 개교한다. 매년 50명의 AI 인재를 조기에 육성할 계획이다. 또 다른 인재 양성책인 한국형 스타이펜드 사업도 내년 시행한다. 대학에 정부 재정지원금을 지급해 국가 R&D에 참여 중인 이공계 대학원생 중 석사과정은 월 80만 원, 박사과정은 110만 원을 기본 지급하는 제도다. 대학원생들이 연구실마다 R&D 과제 수주 실적에 따라 현저히 다른 인건비로 인해 연구에 매진하지 못하고 이공계에서 이탈하는 현상을 방지하자는 취지다.

미래 판기술 프로젝트는 세계 최초 기술·제품·서비스 개발을 이뤄 산업 판도를 다시 짜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지역 혁신 선도 기업 육성 사업은 비수도권 14개 시도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간 협력 및 혁신 역량 강화 기술 개발을 지원해 지역 선도 기업을 육성한다.

이번 결정에 과학기술계는 환영하면서도 정부가 예타 면제나 폐지로 인한 예산 낭비 우려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R&D 분야의 예타는 전문성이 낮은 탓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결과 또한 믿을 만하지 못하다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적절한 예타 면제를 통해 R&D의 속도를 높이는 한편 예타라는 안전장치를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1000억 원 이상의 R&D는 미리 전문가 자문을 받아 완성도를 높이거나 핵심 기술을 우선 개발해 전체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는 식의 예타 폐지 후속 방안을 마련 중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3대 게임체인저를 중심으로 향후 5년간 국가전략기술 분야에 30조 원 이상을 지원하는 범부처 계획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도 발표했다. 예산 집중 투자와 함께 이번 예타 면제 및 폐지를 통한 R&D 신속화, 특화 연구소 등 혁신 거점 100곳 설립, ‘한국형 기술안보 싱크탱크’ 구축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2차전지에 이어 한국이 앞서가는 선도 기술 분야를 3개에서 6개로 늘리고 전략 기술 분야에서 15개의 유니콘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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