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슈퍼리치들은 올 들어 해외 주식 자산을 53%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달 5일 블랙먼데이가 발생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된 하반기에도 해외 주식 보유액은 상반기 대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국내 주식 비중은 37%로 해외 주식 비중(8%)을 압도했지만 국장 탈출 흐름은 자산가 집단에서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머니마켓랩(MMW)·예수금 등 대기성 자금을 30% 이상 확대하며 금리 인하, 미 대선 등을 앞두고 실탄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서울경제신문이 NH투자증권의 30억 원 이상 고액 자산가 2013명의 상품별 포트폴리오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보유한 해외 주식은 9049억 원(이달 26일 기준)으로 지난해 말(5925억 원) 대비 52.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이후 100만 원 이상 잔액을 보유한 개인 고객 전체의 해외 주식 증가율이 33.5%인 점을 감안하면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더 가파르게 증가한 셈이다. 특히 상반기 해외 주식 보유액(8803억 원)보다 2.8%포인트 증가했다. 해외 주식 보유액은 순수 유입액과 보유 중인 주식의 상승에 따른 평가 금액의 증가가 합쳐진 것이다.
이달 5일 블랙먼데이에 미국 나스닥 등 대표 지수가 급락한 후 낙폭을 만회하고 더 올라갔음을 감안하면 폭락 장에서 슈퍼리치들이 해외 주식 비중을 늘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해외 주식 보유액이 늘어난 만큼 폭락 장을 주식 바겐세일 기간으로 보고 해외 주식을 샀을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고액 자산가의 국내 주식 보유액은 하반기에 감소했다. 대주주 지분을 제외한 국내 주식 보유액은 4조 1999억 원으로 연초 이후로는 19.0% 증가했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8.9% 감소했다. 신수연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삼성동센터 부장은 “선진국 투자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국내 자산가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미국 비중이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채권도 해외 채권 선호 현상이 두드러졌다. 고액 자산가들의 해외 채권 보유액은 9551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이후 29.0% 증가했지만 국내 채권, 양도성예금증서(CD), 기업어음(CP) 보유액은 1조 4304억 원으로 같은 기간 1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편 고액 자산가들은 올 들어 현금성 자산을 적극적으로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기준 MMW 9672억 원, 국내외 환매조건부채권(RP) 2217억 원, 예수금 2491억 원 등 수시로 현금화가 가능한 상품 투자액은 일제히 연초 이후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고액 자산가들의 예수금 증가율은 32.5%로 같은 기간 개인 고객 전체 증가율(1.5%)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아울러 올 들어 보유액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상품은 랩(56.6%)으로 조사됐다.
이는 미국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11월 대선과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 증가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데 따른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신 부장은 “예금금리를 비롯한 시장금리가 연초 대비 낮아지면서 은행예금보다는 조금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수요가 큰 데다 미국 금리 인하를 기대하면서도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예수금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올해는 직접 투자가 부담스럽게 느끼는 투자자들의 랩을 통한 간접투자가 확대됐다”며 “목표 수익률을 설정한 후 도달하면 상품이 청산되는 목표 전환형 랩 상품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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