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지는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수요와 공급 양 방향에서 정책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물량은 충분히 공급하면서 과열 조짐을 보이는 수요를 식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체코 원자력발전소 수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앞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는 특허권을 무기로 한수원의 원전 수주에 발목을 잡고 있다.
윤 대통령은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정 브리핑을 통해 “국민들이 주택 걱정을 하지 않도록 42만 7000호 규모의 주택 공급 대책을 마련했다”며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제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며 “앞으로 6년 동안 수도권에만 연평균 7만 호를 추가 공급하는 내용”이라며 “이는 과거 연평균 공급 물량에 비해 11% 이상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서울 강남 등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를 풀어 8만 가구를, 이미 추진 중인 정비사업을 앞당겨 21만 7000 가구를 조기 공급하는 내용의 8·8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서울 핵심 지역에 부동산 수요가 쏠리자 시장이 작동하도록 그에 상응하는 물량을 공급했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실적으로 서울 핵심 지역의 수요를 강담하려면 재개발·재건축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정비사업을 활성화 하겠다는 방향은 맞다. 1기 신도시의 재개발 역시 어려운 과제지만 꼭 해내야 할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책 금리를 조절해 과열된 수요를 잡는 것도 시장 정상화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국정브리핑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부동산은 기본적으로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면서도 “실수요가 늘어난다면 상관 없지만 투기 수요가 과열된다면 정부가 정책금리에 관여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진정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주택 구입 자금용 정책대출인 디딤돌·버티목 대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또 정부는 시행을 2달 연기했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다음달 1일부터 정상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금융 당국의 전방위 압박에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속속 인상하는 추세다.
윤 대통령은 증가세가 심상치않은 가계대출 관리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국가채무와 가계부채 총합은 3042조 원에 달한다. 지난해 명목 GDP(2401조 원)의 124% 수준으로 나라·가계부채가 3000조 원을 넘긴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조짐이 보이자 우리나라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며 “실물에서 필요한 투자수요만 늘어나면 괜찮겠지만 투기 수요가 함께 늘면 경제 위험요소가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0% 초반이 되도록 관리하는 중”이라며 “국가부채 역시 이번 정부 들어 1.3%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가부채 증가폭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기재부가 내놓은 2024~2028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국가채무 비율을 2025년 48.3%에서 2028년 50.5%로 2.2%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 수주에 대해서는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때까지 기업과 함께 힘을 합쳐 뛰겠다”고 다짐했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의 원전 수주에 제동을 건 것에 대해 국가 차원의 대응을 약속한 셈이다. 앞서 체코 정부는 지난달 17일 한수원을 24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그러자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의 원전 기술이 자신들의 특허를 사용하고 있다며 체코 정부에 항의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체코 원전을 넘어 원전 수출 실적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윤 대통령은 “원전 발주와 수주는 기업간 계약이지만 실제로는 각국 정부가 깊게 관여한다”며 “원전 시장이 2000조 원에 달한다는 추계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원전을 설계·시공할 수 있는 나라는 드문데 비해 우리나라는 40년 전부터 원전을 가동하고 발전시켜 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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