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상승세를 이어온 인도 증시에 자국 개미 투자자들까지 몰리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거품을 경고하며 자금을 회수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9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FT는 블룸버그와 인도 증권거래위원회 데이터를 인용해 외국 기관 투자들이 8월 인도 증시에서 순매도로 돌아섰으며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올 들어 인도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은 26억 달러로 지난해 기록한 220억 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FT는 외국인의 인도 증시 철수가 수년 간 인도 주식시장, 특히 우량주 중심의 니프티50 지수의 강세 이후 나타난 현상이라고 짚었다. 앞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팬데믹 이후 경제 회복이 더딘 중국 이외의 신흥국에서 수익을 추구한 결과 인도로 몰려간 바 있다. 특히 14억 명이라는 거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빠른 경제 성장은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에서도 인도를 보호하면서 신흥국 투자자들의 자금을 더욱 거세게 끌어들였다고 FT는 분석했다. 실제 MSCI 인도 지수는 지난 5년간 52% 상승해 MSCI 신흥국 지수의 상승률(11%)을 크게 앞질렀다.
하지만 이제 글로벌 투자자들은 인도 증시의 지나치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나틱시스의 신흥아시아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트린 응우옌은 “인도는 지정학적 순풍을 타고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지역”이라며 “다만 경기 사이클이 바뀔 경우 추가 수혜를 받을 여지는 많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한국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을 언급하며 “연준의 금리 인하 사이클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매력적인 지역은 다른 곳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광풍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현지 업계에 따르면 인도인들은 저축예금의 자금을 펀드 등 주식 시장으로 대거 옮기고 있다. 맥쿼리에 따르면 2022년 이후 700억 달러(93조원)의 소매 자금이 인도 주식으로 유입됐다. 현지 자산운용사인 애식스펀드의 최고 투자책임자인 아쉬시 굽타는 “멀티플은 높아져 있고, 전통적 의미에서 가치 투자로 수익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뭄바이의 한 외국계 은행 임원 역시 “밸류에이션이 약간 미쳤다”고 분석했다. 그는 많은 인도인들이 위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장 조정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많기에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매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분석가들은 일부 외국인 펀드가 차익 실현을 한 후 인도 주가가 조정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도 했다. 골드만삭스의 아태 전략가 수닐 쿨은 “인도에서 외국인 지분율은 11년 만에 최저 수준이고 뮤추얼 펀드 역시 보수적인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다”며 “시장의 거시적 회복력과 견조한 실적을 고려할 때 시간이 지나면 외국인 비중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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