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 그룹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독자경영 노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30일 기자와의 만남을 갖고 현 사태에 대한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조직 와해에 대한 우려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면서도 “독립 경영 통해 한미약품의 가치를 더욱 높여 주주들에게 보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고(故) 임성기 창업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사이언스(008930) 대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전무로 강등 인사 조치했다. 다음날 한미약품은 박 대표 중심의 ‘독자 경영’을 공식 선언하며 맞섰다. 한미약품은 “권한 없는 지주사 대표의 인사 발령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했다. 한미사이언스도 곧바로 “한미약품의 인사 조치가 무효”라며 반박한 바 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과 한미사이언스가 ‘계열사 간 수탁 계약 관계’인 만큼 관계를 한 번에 끊어낼 수 없을 것”이라며 “한미약품의 경영·개발·인사 관련 필요 시 사이언스 측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계열사의 인사 및 법무 등을 대행하며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받아왔다.
그동안 박 대표는 한미약품의 독립 경영을 한미사이언스 측에 지속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끌려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며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계열사 인사 개입 관련 시정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엔 박 대표의 서명 없이 인사가 이뤄진 부분도 있다고 언급했다.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분리 경영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는 임 대표의 주장에 대해 박 대표는 임 대표 측과 사전에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는 입장이다. 박 대표는 “임 대표가 ‘분리할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존중한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 앞뒤가 안 맞아 이해할 수 없다”며 독자경영 체제를 존중해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는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대주주 3자 연합은 여전히 전문경영인 체제 지지한다”며 “주주들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다고 한 임 대표가 절반 가량 지분을 가진 대주주들의 목소리도 경청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대표는 한미약품 경영관리본부에 별도의 인사·법무 조직을 신설하며 독자 경영의 시동을 걸었다. 추가 부서 신설 관련해서는 일단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추가 부서 신설 계획은 아직 없다”며 “신입 채용 등 필요 시 사이언스와 논의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내 인트라넷에 박 대표의 인사 발령 게시글이 삭제된 것과 관련해서는 한미약품 관계자는 “회사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법적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 중간에 한미사이언스의 법무팀이 갑자기 참석해 “내부 논의가 더 진행됐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박 대표는 “오너가 회사의 모든 결정을 독점하는 좋지 않은 사례를 만든 것 같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3월 주주총회 이후 주춤했던 한미의 신약개발 기조 다시 복원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