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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자동차' 동반 하락에…산업 생산 3개월 연속 감소

車, GM 등 파업에 14.4% 급감

반도체 기저효과 영향 8% 하락

경기위축에 국세수입 8.8조 줄어

소매판매는 4년來 최저 기록하고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5개월 연속 ↓





한국GM과 부품 업체 파업에 지난달 자동차 생산이 전달보다 14% 이상 급감했다. 반도체 생산 역시 기저 효과에 주춤하면서 전산업생산이 3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상품 소비도 약세를 보이면서 소매판매지수가 4년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정부는 일시적인 요인이라고 밝혔지만 경기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지수는 112.7로 한 달 새 0.4% 감소했다. 전산업생산은 5월(-0.8%)과 6월(-0.1%)에도 마이너스였다. 3개월 연속 감소는 2022년 8~10월 이후 21개월 만이다.

부문별로 보면 광공업 생산이 3.6% 줄면서 2022년 12월(-3.7%) 이후 1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반도체 생산이 8% 줄면서 4월(-4.3%) 이후 3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자동차 생산도 급감했다. 자동차는 전달 대비 14.4% 쪼그라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5월(-24%) 이후 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내림 폭을 보였다. 이는 현대모비스 협력 업체와 기아차 광주공장 협력사가 부분 파업에 나선 결과다. 한국GM 노사는 이날 임금·단체협약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지난달부터 지속된 노사 갈등으로 약 3만 대의 생산 차질을 빚은 것으로 추산된다.

내수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9% 줄며 한 달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건설 기성(-1.7%)도 석 달 연속 감소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전월보다 10.1% 상승하며 2개월 연속 증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제조업 생산이 흔들리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美 경기 우려·내수 부진에 제조업 경기도 ‘흔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역대 최대치인 708억 7000만 달러(약 94조 5600억 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수출 실적이 부진하던 와중에도 자동차 수출은 매월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는 지난해 고전하다가 4분기부터 상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반도체가 어려울 때는 자동차가, 자동차가 애를 먹을 때는 반도체가 수출을 이끌어왔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한국 산업 사이클을 보면 반도체가 부진하면 자동차가 잘되고 자동차가 위축되면 반도체가 힘을 내는 패턴을 보여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산업활동동향은 이 같은 흐름이 일단 깨졌음을 보여준다. 자동차 생산은 5월부터 3개월 연속 전월 대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4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생산이 줄면서 자동차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반도체 생산까지 8% 감소하면서 제조업 경기가 위축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 실장은 “미국 경기를 고려하면 이번에 제조업 경기가 나빠질 경우 반도체와 자동차가 동반으로 약세를 보일 공산이 크다”고 해석했다.



정부에서는 자동차와 반도체 산업 생산이 대체로 일시적인 요인 때문에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자동차의 경우 부품 업체 파업과 조기 휴가 영향에 조업 일수가 감소한 부분이 있다”며 “이 두 가지 요인은 다음 달에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7월은 일시적인 요인이 크고 8월에는 회복할 수 있다”며 “한 달 치 자료만 갖고 경기를 분석하기는 이른 만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의 경우 6월에 전월 대비 7.9% 증가한 데 따른 기저 효과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우 분기 말에는 생산 실적을 다 채우고 분기 초에는 재고를 조정하는 만큼 일시적으로 생산량이 줄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반도체 생산은 1년 전과 비교하면 22.2% 늘어나기는 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경기 둔화 가능성과 내수 부진을 고려하면 방심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주 실장은 “주가 흐름에서 볼 수 있듯 미국 테크 기업들의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며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둔화하는 국면이라 반도체 생산이나 수출 부문 성장세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자동차의 경우 내수 부진이 또렷하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승용차 소비는 전월보다 4.8% 줄었고 전년 동월 대비 1.9% 감소했다. 이 원장은 “자동차 내수도 위축돼 있는데 정부 역시 노후 차 교체 지원과 개별소비세 인하처럼 쓸 수 있는 카드를 많이 소진한 상황”이라며 “자동차 수출에서 비중이 큰 미국이 침체되면 현재와 같은 자동차 경기 정체가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진단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내수 부진 또한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 소매판매를 보면 내구재(-2.3%), 준내구재(-2.1%), 비내구재(-1.6%) 소비 모두 전월보다 줄어든 모습을 보였다. 세 재화가 동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이다. 서비스업 생산이 0.7% 늘기는 했지만 이 역시 올림픽 개막에 따른 중계권 매출로 인해 정보통신 부문 생산이 4.5% 증가한 영향이 크다. 오히려 자영업자가 주로 종사하는 숙박·음식점업의 경우 전월보다 2.8% 줄어들었다.

현재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동행종합지수를 봐도 서비스업판매지수나 건설기성·소매판매·내수출하 같은 내수지표가 위축된 영향에 전월보다 0.4% 감소했다. 동행종합지수에서 계절 요인을 제거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2월(100.1)을 빼면 올해 줄곧 100을 밑돌고 있다. 이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현재 경기 상황이 좋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계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실물경기 자체의 회복이 기대만큼 못 따라온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내수나 제조업 경기 회복 탄력성이 생각보다 약한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경기 부진은 세수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국세수입은 208조 8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8조 8000억 원 감소했다. 법인세 납부 세액이 전년 동기보다 15조 5000억 원(31.9%) 감소한 33조 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지난해 기업 실적 부진으로 올해 법인세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그나마 소득세가 같은 기간 1000억 원 늘어난 68조 1000억 원, 부가가치세가 6조 2000억 원 증가한 62조 9000억 원을 기록했지만 내수 부진이 이어질 경우 두 세목에서도 세입이 감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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