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때 세금을 깎아주는 것보다 직접 현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는 경제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1일 대한상공회의소가 한국배터리산업협회·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한국바이오협회 등과 함께 첨단산업 분야 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0%는 “직접 환급제(다이렉트페이) 도입이 기업 자금 사정이나 투자 이행 또는 확대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다이렉트페이는 기업이 투자를 늘릴 경우 일정 금액에 한해 세금을 감면(세액공제)해주는 대신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세액공제 방식은 기업이 적자를 볼 경우 애초에 내는 법인세가 없어 돌려받을 세금 자체가 사라지는 데다 설령 세금을 감면 받게 되더라도 납부 기일까지 시차 때문에 현금을 적기에 활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세액공제 대상으로 지정되면 사업화 시설투자액에 대해 대기업·중견기업은 15%, 중소기업은 25%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실제 응답 기업의 50%는 납부 법인세가 세액공제액보다 적어 투자세액공제액을 이월해본 경험이 있었다. 대한상의는 "법인세 감면을 못 받으면 세액공제액을 10년간 이월할 수 있지만 대규모 투자를 적기 집행해야 하는 첨단산업 특성상 세액공제 혜택을 즉각 받게 하는 것이 정책 효과 측면에서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프랑스·캐나다 등 주요국은 영업이익과 관계없이 첨단기업의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주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세액공제액 전부를 현금으로 지급하거나 다른 기업에 양도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는 ‘다이렉트 페이’ 도입을 위한 ‘조특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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