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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규제 전날에만 주담대 1.6조 폭증…'영끌 차단' 이달이 분수령

■5대은행 8월 가계대출 9.6조↑ 역대최대

'막차' 수요에 주담대 8.9조 늘어

카뱅도 유주택자 대출제외 동참

은행권 규제 강화조치 효과 주목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첫날

은행창구엔 대출 상담 절반 줄어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실행된 후 첫 영업일인 2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과 가계대출 전체 증가 폭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 치웠다. 특히 9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30일에는 하루에만 주담대 잔액이 1조 6000억 원가량 급증했을 정도로 ‘막차’ 수요가 몰아쳤다. 금융권에서는 정부의 DSR 규제 강화와 은행권의 대출 한도 축소 조치가 시행되는 9월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 수요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725조 3642억 원으로 7월 말(715조 7383억 원)보다 9조 6259억 원 늘었다. 월별 기준 증가 폭이 2020년 11월 세운 기존 기록(9조 4195억 원)보다 2000억 원 이상 많았다.

주담대 잔액(568조 6616억 원)도 7월 말(559조 7501억 원)보다 8조 9115억 원 증가해 2016년 이후 월간 최대 증가 규모를 나타냈다. 특히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직전인 8월 30일 단 하루 동안 5대 은행에서 나간 가계대출은 1조 3025억 원, 주담대는 1조 5881억 원 늘었다. 최근 가계대출 폭증을 주도한 주요 원인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에 대출을 받아 놓으려는 막차 수요였는데 규제 시행 하루를 앞두고 그 수요가 정점에 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광풍’이 불었던 2021년보다 지금이 가계대출 열기가 더 뜨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9월을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가계대출 열기의 방향이 결정될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DSR 규제 강화에 더해 대출 대상과 한도를 대폭 줄인 은행권 조치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이 이달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8월 29일·9월 3일)과 신한은행(8월 29일·9월 3일), 우리은행(9월 2·9일), 하나은행(9월 3일) 등 시중은행들이 최근 쏟아낸 대출 조치의 시행 시점도 대부분 9월 초로 맞춰져 있다. 인터넷은행 1위인 카카오뱅크도 3일부터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담대 대상자 조건을 기존 ‘무주택 또는 1주택’ 세대에서 ‘무주택 세대’로 변경했다. 전날 시중은행인 우리은행이 주담대·전세대출 대상에서 주택을 1채라도 보유한 유주택자를 제외한 데 이어 인터넷은행도 대출 총량 조이기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또 대출 만기를 최장 50년(만 34세 이하)에서 30년으로 줄이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 원으로 낮췄다.



잇단 규제 강화에 대출 수요는 일단 소강 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첫날인 이날 각 은행 창구에는 부동산 대출을 알아보려는 고객이 크게 줄어 다소 한가한 모습을 보였다. 기업들이 몰려 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 직원은 이날 “지난주와 비교해 대출 상담을 받으려는 손님 수가 절반 정도로 줄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거래량이 많은 지역인 서울 서초·마포·성동·용산구 등 지점에서도 부동산 대출보다는 신용대출 등 다른 상담 건수가 더 많았다”고 귀띔했다.

다만 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거래가 여전히 증가세에 있고 기준금리 인하 등 주택 수요를 자극하는 상황 자체는 변하지 않은 만큼 대출 수요가 실제로 꺾일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은행권의 대출 축소 움직임에 보험사 등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옮겨 가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금융 당국은 시중은행을 넘어 2금융권도 매일 대출 잔액을 점검하기로 했다. 대출금리를 올린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 보험사 등의 경우 시중은행과 오히려 대출금리가 ‘역전’되는 현상까지 발생하며 다른 금융권까지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주담대 한도 축소를 감안해 앞으로 신규 대출을 고려하는 일부 고객들의 문의는 계속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본인 대출 한도가 얼마나 줄었는지 단순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어떻게 하면 대출 한도를 늘릴 수 있는지 추가 상담 요청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최근 주택매매 계약을 하고 아직 잔금일이 남은 일부 고객이 본인 대출 한도가 얼마나 줄어드는지 문의했다”고 했다. 포털 사이트의 카페 등 부동산 정보 커뮤니티에는 이날도 ‘주담대 갈아타기’와 ‘1주택 보유자가 전세자금 받는 법’ 등 대출을 문의하는 글이 꾸준히 올라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 모집인을 통해 대출과 관련해 알아보는 고객도 많다”며 “대출 수요가 꺾였다고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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