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광자(빛 알갱이) 8개를 제어해 양자컴퓨터 연산을 할 수 있는 집적회로(칩)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상용화 시 상온 동작이 가능한 광자 기반의 새로운 양자컴퓨터 기술로는 세계 최고의 성능을 구현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광자 8개로 구성된 실리콘포토닉스 양자 칩 시스템을 완성하고 관련 양자 현상들을 실험하고 있다고 4일 밝혔다. 양자컴퓨터는 원자나 전자·광자 같은 작은 입자의 상태를 제어해 디지털 정보를 구현하고 연산한다. 가령 광자가 두 갈래길에서 위로 가면 0, 아래로 가면 1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 같은 작은 입자는 특히 양자역학의 특성으로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갖는 ‘큐비트’라는 정보처리 단위를 구현한다.
작은 입자를 정밀 제어해 큐비트로 구현하려면 해당 입자에 미치는 외부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에 초전도체를 활용해 원자나 전자를 제어하는 방식의 양자컴퓨터가 활발히 개발되고 있지만 초전도체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극저온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ETRI 연구팀은 이와 달리 상온이나 비교적 상온에 가까운 저온에서 작동 가능한 광자 기반의 양자컴퓨터 전용 칩에 주목했다. 전기 대신 광자로 반도체 회로의 신호를 전달하는 실리콘포토닉스 기술을 이용해 큐비트를 구현하고 이를 통해 가로 10㎜, 세로 5㎜ 크기의 양자 칩을 연구하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해 광자 4개(4큐비트)를 기반으로 한 양자 칩을 개발해 ‘APL포토닉스’ 등 국제 학술지에 성과를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8큐비트 양자 칩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현재 학계에 보고된 같은 방식의 양자 칩 중 가장 높은 성능이다. 연구팀은 연내 16큐비트 양자 칩을 개발하고 다양한 응용 연구를 이어갈 계획이다.
윤천주 ETRI 양자기술연구본부장은 “향후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 양자컴퓨터를 통해 5년 내 클라우드 서비스를 계획 중”이라며 “실험실 규모라도 시스템이 돌아가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이종무 ETRI 양자컴퓨팅연구실 박사는 “양자컴퓨터를 실제로 구현하기 위한 연구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큐비트의 노이즈로 인한 연산 오류를 극복하고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하려면 아직도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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