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금융지주가 금융 당국의 강도 높은 자본 규제를 맞추려다 비상 자구 계획까지 실행할 위기에 내몰렸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를 포함한 일부 금융지주는 신규 자본 규제 도입으로 자체정상화계획(RRP)이 발동될 수 있다는 점을 최근 금융 당국에 전달했다.
RRP는 경영 위기에 대비해 주요 금융지주·은행이 매년 마련해야 하는 비상 자구 계획이다. 당국은 자본 비율이 일정 기준 밑으로 내려가는 경우를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이 경우 RRP를 즉시 발동하도록 하고 있다. 기준치는 당국의 자본 규제 비율(보통주 자본 비율 기준 국제결제은행 비율 9%)에 금융사가 자체 설정한 버퍼(약 1.5%)를 합해 정한다.
RRP는 자체 정상화 계획과 부실 정리 계획 등으로 구성된다. 경영 위기 상황에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자체 정상화 계획이 핵심으로 부족한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대출 축소와 자회사 매각, 배당 제한 등 조치를 차례로 이행해야 한다.
최근 일부 금융지주는 새로운 자본 규제인 ‘스트레스 완충 자본’으로 기준치가 올라가면서 RRP 발동 요건이 충족될 수 있는 상황이다. 스트레스 완충 자본은 당국의 자본 규제 비율을 지금보다 1~2.5%포인트 높이는 것으로 올 연말 도입이 예고돼 있다. 문제는 스트레스 완충 자본이 도입되면 RRP 발동 기준이 현재 10.5% 수준에서 11.5~13%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점이다. 우리금융의 BIS 비율은 올 2분기 기준 12.04%로 다른 변수가 없다면 RRP를 발동해야 할 판이다. 특히 우리금융은 동양생명·ABL생명 인수를 타진 중인데 이 경우 자본 비율이 지금보다 0.08%포인트 떨어져 RRP 발동 가능성은 더 커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당국 규제를 맞추려다 RRP를 발동해야 할 판”이라면서 “금융사 건전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만큼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의 상황을 점검하고 RRP 발동 기준치에 스트레스 완충 자본 도입을 일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일부 금융지주사가 애로를 전달해 보완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올해는 RRP 관련 자본 비율에 스트레스 완충 자본을 포함하지 않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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