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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AI 국부론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황종성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장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중 하나로 꼽힌다. 국부론은 생산이 부의 원천이고 이를 늘리기 위해서는 사익 추구, 분업, 교역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필요 이상으로 생산을 늘리고 교역을 촉진하는 것이 부의 원천이라거나 사람들이 모두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게 사회 전체에도 이득이 된다는 주장은 새로운 것을 넘어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이제 세상은 인공지능(AI)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을 다시 쓴다면 아마 큰 고민에 빠질 것이다. 생산이 부의 원천이 되는 시대가 저물고 있기 때문이다. AI와 이를 뒤따르는 로봇 혁명은 누구든 무엇이든 아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있다. 생산이 더 이상 희소하지 않다면 이를 통해 부의 창출이 어려운 것은 자명한 이치다.



그러면 AI 시대 국부의 원천은 어디서 나올까. 두 가지 조건은 비교적 확실하게 제시할 수 있다. 하나는 국민들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산업사회 이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산하되 소비하지 못했고, 산업사회에서는 생산 인력이 소비자가 됐다면 AI 시대에는 소비하되 생산하지 않는 사람이 증가할 것이다. 앞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생산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미 노동시간의 축소는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았다. 비생산적으로 보일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의 생활 규칙을 정해서 지키고 끊임없이 자기 개발에 몰두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면서 학문 연구와 창의적 일에 종사할 것이다. 아마 AI 시대의 국부는 현재의 국내총생산(GDP)처럼 생산량의 총합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지적 수준과 사회적 품격으로 정해지는 시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국부의 조건은 변화와 혁신이다. 산업 시대는 큰 것이 작은 것을 이기고 정보화 시대는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이긴다는 말이 있다. AI 시대는 변하는 것이 변하지 못하는 것을 이기는 시대가 될 것이다. AI 기술은 보편적으로 작동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기존 사회의 경직성과 기득권의 반발 때문에 창의적인 AI 서비스를 써보지도 못하고 뒤처질 것이다. 이미 유럽이 특유의 높은 구조조정 비용으로 인해 AI 경쟁에서 미국과 중국에 큰 격차로 뒤처지고 있다. 어느 나라든 변화와 혁신에 소극적이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는 시대다.

이런 점에서 AI는 고통스러운 기회라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자기 개발에 매진하고 사회 전체가 고통스러운 변화의 길에 기꺼이 들어선다면 AI를 통한 국부 증진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반면 AI를 기술의 문제로 치부하고 사회이든 개인이든 스스로 감당해야 할 고통을 멀리한다면 국가 발전이 어렵다는 것이 ‘AI 국부론’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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