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필리핀서 몸 상태 악화’
여러분은 하루 평균 유튜브 이용시간이 얼마나 되시나요? 지난 주말 유튜브로 이런 저런 영상을 보며 여가시간을 보내는데 난데 없이 이런 제목의 쇼츠(짧은 영상)가 계속 올라오더라고요. 가수 아이유의 팬으로서 그냥 넘길 수 없어서 영상을 확인하고서야 소위 낚시성 영상인 걸 알았습니다. 발단은 지난달 22일 아이유의 공식 유튜브 채널인 ‘이지금’에 ‘4만 명이 기다리는데… 난관에 봉착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이었죠. 콘서트 리허설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아이유는 “오늘 아침에 일어났는데 ‘큰일 났다. 리허설 안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다”며 “내일은 좀 얼굴도 안 부었으면 좋겠다”는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영상 하단에는 ‘항생제 등 처방 약을 먹고 손발까지 붓는 상황’이라는 내용의 깨알 같은 자막도 담겼더라고요. 원본 영상을 지나치게 과장한 ‘어그로(관심 끌기)’ 콘텐츠에 속아넘어간 건 분하지만 아이유의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손발이 부은 이유가 과연 항생제 때문일까요? 항생제가 원인이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결론부터 말하면 항생제를 복용한 후 손발이나 얼굴이 붓는 현상은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경우에 따라 피부가 울긋불긋하게 붉어지는 발진, 가려움증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죠. 항생제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 때문인 경우가 많은데 기존에 복용하던 다른 약물과의 상호작용, 항생제 복용 후 부작용(이상반응)으로 발생한 전해질 불균형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대개는 일시적인 증상이기 때문에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며칠 내로 회복되곤 하죠. 부기가 빠지지 않아 그대로 살이 될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얘깁니다.
사실 항생제는 다양한 의약품 가운데 부정적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짙습니다. 워낙 우리나라의 항생제 사용률이 높다고 알려진데다 최근 항생제 내성을 지닌 슈퍼박테리아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언론보도가 늘어난 것도 이러한 인식을 부추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항생제 내성 질환으로 매년 70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며 ‘조용한 팬데믹(Silent Pandemic)’이라고 이름을 붙이기도 했더라고요. 주위를 둘러보면 항생제는 몸에 좋지 않다며 막연한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많은 듯 합니다. 감기 증상으로 항생제를 사흘치 처방 받고선 내성이 생길 것을 우려해 임의로 이틀치만 먹고 그만 두거나 하루 세 번 먹어야 할 약을 두 번만 먹는 경우도 봤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그런 습관은 오히려 항생제 내성 위험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항생제를 복용하는 목적을 쉽게 표현하면 세균을 죽이려는 용도잖아요? 의사의 처방을 따르지 않고 항생제를 어설프게 복용하는 바람에 세균을 완전히 박멸하지 못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항생제 맛을 보고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세균이 진화해서 내성을 갖게 될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항생제 오남용이 아닌 불충분하게 먹어서 생기는 항생제 내성균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거죠.
항생제 뿐 아니라 모든 약물은 정해진 치료 기간과 용법·용량, 보관법을 준수해서 복용하는 게 중요합니다. 복용 이후에는 평소와 다른 신체 변화가 느껴지거나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의료진을 찾아 상의해야 하겠죠. 과거에 처방받았던 약을 보관했다가 임의로 복용하는 것도 금물입니다. 감기 증상이 비슷해도 원인 균이 다르면 치료 효과는 보지 못하고 내성균만 만들어 낼 수도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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