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를 재확인하고 부채가 지금보다 늘면 과감한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고 6일 밝혔다. 아울러 정부의 획일적 통제보다 은행권의 자율적인 관리가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달 4일 대출 규제 속도 조절을 시사한 지 이틀 만이다. 이 원장의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가계대출 정책의 혼란이 커지자 경제·금융수장들이 ‘거시경제금융회의(F4)’를 열고 이같이 입장을 조율한 것이다.
김병환(사진) 금융위원장은 이날 거시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마친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하향 안정화하겠다는 정부의 기조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 원장,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주택 시장이 다소 과열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가계부채 부담이 누적되면 거시경제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주택 시장 과열과 금융 시장 불안 등 악순환을 유발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간담회에서 최근 가계부채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이 모아져 정리된 입장을 밝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이 이달 4일 열린 가계대출 실수요자 간담회에서 “주택 실수요를 제약하지 않아야 한다”며 대출 규제 완화 메시지를 던지자 시장의 혼선이 가중된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주택 시장이 계속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준비해 두고 있는 추가적인 관리 수단들을 과감하게 시행할 것”이라며 “모든 옵션을 다 올려놓되 기본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중심으로 상환 능력에 맞춰 대출받아야 한다는 기조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당초 이달 중 시행할 예정이었던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 요건 완화 시기를 연말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은행마다 제각각인 대출 규제에 대한 소비자의 혼란에 대해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면 국민 불편이 커질 수 있다”면서 “고객을 가장 잘 아는 은행이 자율적으로 대출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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