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운영 차질로 다가오는 추석 연휴 기간 일평균 1만명가량의 환자가 응급진료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문 닫은 응급실 몇 개 이외에는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주장과 현장에서 일하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인식 간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 3∼7일 응급의학 전문의 회원을 대상으로 홈페이지와 단체대화방, 카페 등을 통해 응급실 현황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를 실시해 503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를 9일 공개하며 이같이 밝혔다.
의사회에 따르면 평소 응급실 일일 내원 환자 수는 2만 명 근처로 연휴에는 작년 기준 3만 명까지 증가했다. 올해는 평상시에도 이미 응급실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잇는 만큼 명절 연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1만 명 규모의 진료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의사회가 공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소재 의료기관 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의 97%는 이번 추석 연휴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비수도권의 경우 94%가 위기 상황이라고 답했다. 응급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의사 10명 중 9명이 추석 연휴 응급의료 공백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93%는 '3월 이후 근무 강도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전공의가 원래 없었던 비교육수련 병원 응답자의 99%가 근무강도가 늘었다고 답변한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응급의사회는 "전공의가 없던 비교육수련 병원들은 원래 한계까지 업무를 수행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수련병원 의사들은 전공의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근무 시간이 늘어나 업무 부담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수련병원 응급실에서 일하는 응답자의 55%는 '병상을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허가 병상 자체가 줄었거나, 국가응급진료정보망(NEDIS)에 병상 축소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도 있는 만큼 실제 병상 축소율은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게 의사회의 추정이다.
응급의사회는 "상급병원의 최종 치료역량 저하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응급실 환자 수용 어려움의 직접적인 이유"라며 "연휴 기간에 의료자원의 한계 상황이 더욱 심화해 갈 곳 없는 환자들이 적절한 처치를 받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응급의학 전문의 대부분이 현장 상황을 왜곡하고 통계로 거짓말을 하는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며 "연휴 기간 응급의료 붕괴의 원인은 명백히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매번 인용하는 408개 응급의료기관 중 95개 교육수련병원을 제외한 313개소는 원래 전공의 없이 전문의들로만 운영되고 있었고, 이번 사태 이후 3차병원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환자들까지
평소보다 더 많은 환자들을 진료하고 있었기에 병상을 축소할 이유가전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장을 외면한 정책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공보의, 군의관은 지난 6개월과 마찬가지로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남아 있는 유일한 방법은 국민들에게 제발 응급실에 오지 말아달라고 무릎 꿇고 비는 방법 뿐"이라고 비꼬았다.
의사회는 현재 정치권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는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논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협의체가 구성되더라도 전공의들의 복귀 가능성은 희박하며, 사태 수습을 위한 비용은감당할수없을 정도로 커져갈 것이란 이유다. 이들은 "여야의정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의료 개혁을 이야기할 수는 있겠지만 전공의 복귀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의료정상화를 원한다면 당장 잘못된 정책을 멈추고 원상복구 하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석연휴를 일주일 여 앞두고 의료계 안팎에서 응급실 파행 우려는 커지는 모양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에 “설익은 미봉책으로 국민을 호도하는 대신 의료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응급 상황에 있는 환자들이 받아줄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떠돌다 상태가 악화돼 사망하는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태를 해결한답시고 전담책임관 지정, 지방자치단체의 1:1 모니터링 등의 대책을 내놓는 정부의 대응은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응급 진료 의료진에게 최종 치료의 책임까지 묻는 민형사 소송 부담부터 해소하라”며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증상과 중증도에 따른 의료기관의 실시간 수용 가능 여부를 응급구조사가 현장에서 신속히 확인할 수 있고 의료진의 중증도 판정과 회송 결정이 존중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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