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한국 경제에 대해 ‘내수가 부진하다‘는 판단을 10개월째 이어갔다. 수출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고금리로 소비와 건설경기 회복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해석이다.
KDI는 9일 발표한 ‘경제동향 9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높은 수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고금리 기조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함에 따라 제조업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면서도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와 건설투자의 부진이 이어지는 등 내수 회복세는 가시화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KDI는 지난해 12월부터 내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이어가고 있다. 먼저 소비와 관련해선 “상품 소비 위축이 장기화하고 서비스 소비는 완만한 증가세에 머무르면서 미약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7월 상품 소비를 반영하는 소매판매는 전년 동월보다 2.1% 하락했다. 서비스업 생산은 2.2% 늘어나긴 했지만 내수와 밀접한 숙박·음식점업(-3%)과 도소매업(-0.6%)이 감소세를 지속했다.
건설투자도 건축 부문 위축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KDI의 판단이다. 7월 건설기성(불변)은 전년 동월 대비 5.3% 감소했다. 지난 7월 18.5% 늘어난 설비투자와 관련해서도 “8월 운송장비 수입액 증가 폭은 축소됐다”며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고용률이 정체되고 경제활동참가율이 하락하는 등 고용 여건이 서서히 조정되는 모습”이라며 “내수 부진으로 고용 증가세는 완만한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고 짚었다. 지난 7월 취업자 수가 전월(9만 6000명)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으나 이는 작년 같은 달에 증가 폭이 크게 축소된 데 따른 기저효과라는 설명이다.
다만 KDI는 수출이 지난달 11.4% 증가해 제조업의 회복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계 경제와 관련해선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면서도 “고금리 기조와 지정학적 위험 및 주요국 제조업 경기 불안 같은 하방 위험 요인이 다수 존재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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