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플랫폼 공룡' 독과점 막는다지만…국내기업 역차별 우려 여전

■공정위 '티메프 방지안' 쟁점

e커머스 '갑을 관계' 방지 나서

과징금 규모 매출 8%까지 상향

공시액 적은 구글 등 타격 미미

국내 기업만 규제 칼날에 노출

일각선 "새로운 혁신 가로막아"





정부와 여당이 독과점 플랫폼의 폐해를 방지하고 입점 업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면서 시장 공정화, 경제적 약자 보호에 대한 기대와 함께 혁신을 옥죄는 새로운 ‘대못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플랫폼 및 정보기술(IT)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사실상 사전 규제와 같은 ‘규율 대상 사전 지정’ 방침은 거둬들였지만 글로벌 빅테크나 중국 e커머스 업체는 ‘규제 그물’에서 빠져나가고 토종 플랫폼만 역차별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 ‘4대 반경쟁 행위’ 철퇴=9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민의힘과 당정협의회를 통해 발표한 ‘플랫폼 공정 경쟁 촉진 및 티메프 재발 방지 입법 방향’은 독점 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멀티 호밍(복수 플랫폼 동시 이용) 제한, 최혜 대우 요구 등 ‘4대 반경쟁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공정위는 “독과점 플랫폼이 경쟁 플랫폼의 시장 진입을 저지하거나 시장에서 몰아내는 반경쟁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티메프’ 사태와 같이 일부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논란으로 인해 제도 보완 필요성이 긴요하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독점 플랫폼의 반경쟁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상한을 관련 매출액의 8%로 상향(현행 6%)해 처벌한다. 신속한 대응을 위해 임시 중지 명령을 도입해 후발 플랫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규율 대상인 ‘지배적 플랫폼’은 법 위반 행위 발생 후 업계, 전문가, 관계 부처 의견 등을 종합 검토해 사후 추정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다만 규제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연간 매출액 4조 원 이하 플랫폼은 제외하고 시장 독점력에 대한 기준도 명확히 하도록 했다.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e커머스 업계의 갑을 관계에 따른 피해 예방에도 힘을 싣는다. 법 적용 대상에 재화·용역을 중개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하고 정산 기한 준수, 대금 별도 관리 의무를 부여하기로 했다.

발언하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 및 티몬·위메프사태 재발 방지 입법방향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역차별 우려 여전…“플랫폼 혁신 막아”=공정위가 가장 반발이 컸던 ‘사전 지정’을 거둬들였지만 IT 업계에서는 역차별 우려를 지우지 못한 눈 가리기용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 플랫폼인 구글의 경우 국내에서 10조 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시된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653억 원에 불과하다. 국내 발생 매출을 싱가포르 등 해외 법인에 귀속시키는 식으로 매출을 과소 계상하고 있어서다. 이를 받아들인다면 구글은 ‘연 매출 4조 원 이하’ 기업으로 분류돼 플랫폼 규제 대상에서 빠진다. 지난해 국내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 중국 e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도 규제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지난해 매출이 각각 9조 6700억 원과 7조5570억 원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지배적 플랫폼’으로 규율 대상이다.

공정위는 “자료 요구를 통해 정확한 매출을 집계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를 강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플랫폼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리 금액을 정해놓고 ‘사후 추정’이라고 하는 것은 말장난”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전 지정제를 뺀 대신 집어넣은 임시 중지 명령 또한 불확실성을 과하게 키우는 규제라는 지적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제재할 수 있는 불공정 행위를 추가로 규제한다는 ‘이중 규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공정위가 제시한 ‘4대 반경쟁 행위’는 현행 공정거래법으로도 제재가 가능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월 이에 대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서 “현 시점에서 플랫폼법을 도입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커머스 업계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아직 규제 대상을 결정할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제 막 몸집을 불리고 있는 중소 플랫폼의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 대금 1조 원 이상 플랫폼을 대규모 유통 업자로 본다면 무신사와 에이블리 등 버티컬 플랫폼(특정 카테고리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플랫폼) 대부분이 대규모유통업법의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가 업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실적인 규제 방안을 도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치열한 생존 경쟁을 펴고 있는 글로벌 IT 업계에서 규제보다는 새로운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소비자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규제가 지나치면 새로운 혁신을 가로막을 수 있다”며 “오픈AI의 챗GPT가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력을 일정 부분 와해시킨 것처럼 새로운 기술을 바탕으로 플랫폼 간 경쟁을 촉진시켜야 산업 생태계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