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국내 외식업계에서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최고의 브랜드다. 9일 기준 백종원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630만 명을 넘는다. 오는 11월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있는 더본코리아의 외식 브랜드는 25개에 달한다.
더본코리아가 지난 5일 금융위원회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는 25개 외식 브랜드의 명암이 드러나 있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액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가맹사업 매출액에서 최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브랜드는 커피전문점 빽다방이다. 2023년의 경우 더본코리아의 전체 매출액은 3881억 원, 가맹사업 매출액은 3302억 원으로 85%를 차지했다. 빽다방의 매출액은 1353억 원으로, 가맹사업 매출액 중 40%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더본코리아 전체 매출액 2113억 원 중 가맹사업 매출액은 1770억 원, 그 중 빽다방의 비중은 44%로 높아졌다.
이 기간 빽다방 다음으로 매출액이 많은 브랜드는 가맹사업 매출액 중 10%대를 차지한 홍콩반점이며 10% 이하인 롤링파스타, 역전우동, 빽보이피자 순으로 그 뒤를 잇는다. 나머지 20개 브랜드 매출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매장 수에서도 더본코리아에서 빽다방의 위상이 드러난다. 올해 6월 말 기준 빽다방 매장 수는 1594개로 더본코리아 브랜드 중 가장 많다. 공개된 기간인 2021년초 721개에서 3년 반 동안 873개가 늘어났다. 직영점은 3개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모두 가맹점이다. 빽다방 다음으로 매장이 많이 늘어난 브랜드는 67개가 늘어난 역전우동(135개 → 202개), 60개가 늘어난 롤링파스타(66개 → 126개), 52개가 늘어난 홍콩반점(236개 →288개) 순이다.
더본코리아의 가맹사업은 본사 가맹본부가 브랜드, 상호·상표, 제조 레시피, 운영 매뉴얼, 노하우, 공급품 등을 제공하고 가맹점은 이를 활용해 개별 사업을 운영하는 구조다. 가맹점은 가맹본부로부터 지속적인 지원과 교육 등을 받는 대신 일정한 로열티나 가맹금을 지불한다. 본사 매출액은 가맹점 수에 좌우된다.
여느 기업처럼 더본코리아에도 브랜드별 격차가 있다. 25개 중 2024년 6월 말 매장 수가 2021년 초보다 줄어든 브랜드는 10개다. 매장이 새로 생기는 출점보다 문을 닫는 폐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1994년 1월 다인인더스트리얼(현재의 더본코리아) 법인 설립 전 1993년 백 대표가 처음 운영한 식당에서 출발한 브랜드 백종원의원조쌈밥집은 이 기간 매장 수가 25개에서 13개로 줄었다. 뒤를 이어 1998년 만들어진 한신포차(실내포차, 140개 → 111개), 2002년 시작된 본가(소고기 전문점, 31개 → 17개), 2005년의 새마을식당(돼지고기 김치찌개 전문점, 116개 → 93개)와 같은 초창기의 대표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였다. 백 대표는 8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의 ‘내꺼내먹’ 코너에 올린 한신포차를 다룬 영상에서 “그때(20년 전)는 사실 포장마차가 대형이라는 것만으로도 신기해 하고 중독성 있는 메뉴로도 인기가 많았는데 요즘은 한신포차처럼 오래된 브랜드들은 리브랜딩해야 한다”며 “이제는 밝은 분위기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해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 외 미정국수0410(35개 → 18개), 성성식당(2개 → 1개), 돌배기집(42개 → 13개), 백철판0410(5개 → 2개), 리춘시장(28개 → 14개), 고속우동(5개 → 0개)가 2021년 초에서 올해 6월 말까지 매장 수가 줄어든 브랜드다.
더본코리아의 ‘아픈 손가락’은 2021년 9월 선보인 브랜드 연돈볼카츠다. 그해 직영점 1개와 가맹점 3개를 포함해 4개의 매장으로 시작해 2022년 말에는 매장 수가 68개로 늘었다. 그러나 2023년 출점은 4개, 폐점이 23개로 역전되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출점 없이 폐점만 15개로, 6월 말 매장 수는 34개가 됐다.
더본코리아는 증권신고서의 투자위험요소 항목에 연돈볼카츠 가맹점주와 분쟁 내용을 공개했다. 8명의 점주로 구성된 가맹점주협의회와 2023년 12월부터 분쟁이 발생해 경기도청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를 통해 5차례에 걸쳐 분쟁 조정을 진행했으나 협의에 이르지 못했고, 올해 7월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사건이 접수됐다. 가맹점주 측이 주장한 주요 내용은 예상매출액의 허위·과장 정보 제공, 수익율·원가율 과장, 판매 가격 구속, 창업 홈페이지에 허위 과장 광고, 가맹점주협의회 활동 제한이다.
더본코리아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심의 결과가 재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되지만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당사의 브랜드 가치 하락으로 인해 영업실적 및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투자자의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달 30일 한국거래소의 더본코리아신규 상장 예비심사 결과 적격 결정으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올해 상장을 앞두게 됐지만 악재가 남아 있는 것이다. 증권신고서 제출일 기준 25개 브랜드 중 연돈볼카츠 외에는 점주협의회, 추가적 분쟁 및 공정위 제소 내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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