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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관리 손 놓은 상호금융…“대출 난민 몰려올수도”

■상호금융 가계빚 대책 변수로

시중은행 대출 문턱 높이지만

신협·수협 등은 대응책 안내놔

"풍선효과 시간문제" 우려 커져

김병환 "동일규제 대원칙따라

느슨한 규제 재정비 강화할것"

김병환 금융위원장. 연합뉴스




은행·보험업계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리 인상, 한도 축소 등 다양한 대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상호금융권은 손을 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보험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금융 소비자들이 상호금융권으로 넘어오기를 바라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크게 올린 탓에 가격 경쟁력은 물론 가계대출 대상 제한도 딱히 없어 이대로 가다가는 상호금융권으로 ‘풍선 효과’가 밀려들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금융 당국은 그동안 지역 서민금융사라는 이유로 다른 업권에 비해 비교적 자유로웠던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경고장을 날렸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보험 등 금융권이 잇달아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신협·수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은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가계부채 증가 문제에 대해 언급한 이후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에서 7~8월간 스무 차례 넘게 금리를 인상하고 30여 개의 대응책을 쏟아낸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다. 상호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등 1금융권이 가계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면서 상호금융권으로의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알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지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상호금융권의 최근 가계대출 잔액 추이에는 큰 변화가 없다. 신협중앙회에 따르면 신협의 8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31조 6352억 원으로 6월 말에 비해 오히려 6963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도 15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협도 상황은 비슷했다. 수협중앙회에 따르면 8월 말 수협의 가계대출과 주담대 잔액은 각각 7조 9612억 원, 3조 552억 원으로 6월 말에 비해 최대 2%포인트 증가했다.





상호금융권 일각에서는 부실 위험이 높은 소상공인 대출 대신 비교적 안전한 주담대 비중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인식도 있다. 시중은행들이 대출금리를 20차례 넘게 올리면서 상호금융권과의 대출금리 차이도 좁아진 상황이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5년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3.70~4.24%로 전남 소재의 수협 단위조합에서 제공하는 최저금리인 4.50%와 불과 0.26%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아울러 2금융권은 DSR 규제 한도가 50%로 은행권(40%)보다 여유롭기 때문에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도 있다. 상호금융권 한 관계자는 “상호금융권은 특성상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상품을 많이 판매해 부실률이 높다”면서 “소상공인 대출은 연체나 부실이 발생하면 담보가 없기 때문에 악성 부실채권으로 분류되지만 주담대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까지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다만 풍선 효과가 현실화할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이 주담대를 포함해 가계대출을 틀어막고 있는 만큼 상호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이동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시중은행이 대출을 조이는 경우 상호금융 등으로 수요가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 때문에 현재 상호금융권의 주담대 및 가계대출 잔액에 변화가 없다고 안심할 수 없다”면서 “풍선 효과는 최소 1~2개월의 시차를 두고 나타나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이날 새마을금고중앙회에서 5개 상호금융중앙회 대표이사들과 만나 “상호금융권의 규제를 시중은행 수준으로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지역 서민금융기관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타 업권보다 느슨한 규제를 적용했지만 규제 체제를 재정비해 강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동일 업무, 동일 규제라는 대원칙에 따라 타 금융기관에 준하는 수준으로 규제를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지배구조, 영업 행위, 부실 정리 등 분야별 규제 체계 개편 방향을 차례대로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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