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정산·환불 지연 사태를 불러온 위메프가 소비자와의 분쟁에서도 장기간 비타협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기업·소비자 간 분쟁이 발생할 때 법률에 따라 위원회를 개최하고 분쟁을 조정하는 제도를 운영 중인데 위메프가 개입된 사건에서는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비율이 여타 이커머스 사건에 비해 높았다.
9일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오픈마켓 소비자분쟁조정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소비자분쟁조정’ 불성립률이 높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은 △위메프 △네이버 △지마켓 △티몬 순이었다.
소비자분쟁조정이란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기본법에 근거해 기업과 소비자 간 분쟁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분쟁이 발생할 시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분쟁을 겪는 기업·소비자에게 조정을 제안한다. 양측이 조정을 받아들이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는 재판상 화해가 이뤄져 법적 갈등이 일단락된다. 하지만 어느 한쪽이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다. 조정이 성립하면 추후 민사 소송 등의 제기가 불가능하지만 조정이 불성립하는 경우 양측 모두가 소송을 제기할 권리를 계속 가지게 된다.
강 의원실이 소비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2019년 1월~2024년 7월 위메프와 소비자 간 분쟁 141건을 접수해 이 중 92건에 대해 조정 권유를 했지만 36건의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조정 불성립률이 39%에 달하는 것이다. 여타 이커머스 기업의 경우 조정이 성립되지 않는 비율이 △네이버 31% △지마켓 26% △티몬 24% △카카오 14% △쿠팡 12% △11번가 12% 등이었다.
위메프의 조정 불성립 사례를 살펴보면 분쟁 조정을 신청한 소비자 A씨는 위메프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면서 특정 카드사의 ‘위메프페이’ 카드를 발급하면 최대 5%의 적립 쿠폰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이런 혜택을 보고 제품을 구매했지만 위메프는 A씨가 무이자 할부로 제품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5% 적립 쿠폰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다. 소비자분쟁위원회는 제품 가격의 5%의 일부인 약 3만 원을 위메프가 A씨에게 지급하도록 조정 결정했지만 위메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조정이 성립되지 않았다.
소비자원 조정이 성립되지 않으면 소비자는 소송을 제기해 피해를 구제받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액의 소송 비용 등의 이유로 소를 제기하는 소비자는 드물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한국소비자원에서는 ‘소비자소송지원제도’를 운영해 소비자의 소송 제기를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 대상이 사회적 배려 계층 등으로 한정돼 있어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는 실효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5년 동안 조정이 불성립된 4717건 중 약 9%만 소비자소송지원제도 지원 대상이 됐다.
강 의원은 “기업이 소비자분쟁조정제도상 조정 제의를 거절하면 소비자는 복잡한 소송 절차를 따라야 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 사회가 소송 지원 제도 등의 지원을 확대해 기업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더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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