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한국형 스타이펜드(이공계 대학원생 연구생활장려금) 사업비를 전액 국가 재원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대학 연구실별로 쌓은 학생 인건비의 일부를 사업비로 쓸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거진 연구자 간 역차별 우려를 일축한 것이다.
이 차관은 10일 서울 종로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스테이펜드 사업 재원은 100% 국가가 마련할 것”이라며 “학생 인건비 중 이월되는 금액이 많다보니 (관련 우려가 나왔지만) 이제 쟁점을 크게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어 “11월까지 스타이펜드 사업과 관련한 연구현장의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지난달 23일 학생 인건비를 스타이펜드 사업에 투입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스타이펜드는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하는 이공계 대학원생에게 석사과정 월 80만 원, 박사과정 110만 원의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사업비는 내년도 정부안 기준 연간 600억 원이다.
앞서 대학 연구실들이 연구과제를 수주한 후 받은 학생 인건비를 모두 사용하지 않고 적립해놓음으로써 R&D 지원의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학생 인건비 적립금을 국고로 회수해 공용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됐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적립금이 스타이펜드에도 사용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연구비를 아낀 연구실이 역차별을 당한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과기정통부가 이 같은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과기정통부는 또 조만간 이공계 인재 양성과 정부출연연구기관 육성을 위한 대책을 발표한다. 교육부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마련 중인 ‘이공계 활성화 방안’은 의대정원 확대로 인한 이공계 학생들의 자퇴 등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대책을 담아 이달 말께 발표될 예정이다. 이 차관은 “내년도 의대 정원 확대가 이공계 재학생에게 얼마나 영향을 줄지 관심있게 볼 것”이라며 “다음달 1일 집계될 올해 2학기 이공계 대학별 휴학생 통계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연연과 대학 간 연구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안도 다음달 마련된다. 출연연은 대학으로부터 인력 수급을, 대학은 출연연의 연구 인프라 지원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차관은 “인력 교류와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체계 정비 등을 보완하는 내용으로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출연연들이 서로 힘을 합쳐 대형 연구과제에 도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글로벌 톱(TOP)전략연구단’은 올해 1000억 원에서 내년 1800억 원 규모로 커진다.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5개 신규과제를 선정하는 것은 물론 약 200억 원의 사업비로 출연연들의 다양한 연구 니즈를 총족할 수 있는 소형 과제들도 지원할 방침이다.
이 차관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의 기강 해이 문제에 대해 “해당 사안이 기본적으로 (제기된) 사실관계를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인정하며 “문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정조치나 운영상 보완할 부분은 빠른 시일 내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욱준 과기한림원장은 2022년 취임 후 주말과 공휴일, 추석 등 업무 외 시간에 관용차량을 수십 차례 이용하고 회의와 출장을 부풀려 골프와 관광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