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의 주요 원인은 페달 오조작과 같은 운전자 실수라는 전문가 주장이 나왔다. 원인 규명에 활용되는 페달 블랙박스는 조작에 쉽게 노출되는 등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박성지 대전보건대 경찰과학수사학과 전임교수는 12일 서울 여의도 FKI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서 “급발진 현상은 가속페달을 밟는 경우 쉽게 발생하고 운전 경력과 무관하게 이러한 실수가 나타난다”며 “급발진 현상의 대부분은 휴먼에러라는 시실을 인정하고 운전자가 실수하더라도 급발진하지 않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최근 5년간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를 조사한 결과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국과수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사고 364건 중 321건은 모두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차량의 완전 파손 등으로 사고 원인을 분석할 수 없었다.
사고기록장치(EDR)의 기록들을 보면 대부분 운전자는 사고 직전 브레이크페달이 아닌 가속 페달을 밟았다. EDR은 충격 시점을 기준으로 제동페달 작동 여부와 가속페달 변위량 등 각종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치로 사고 원인을 분석하는 데 법적 신뢰성을 확보했다. 차지인 대표인 최영석 한라대 객원교수가 공개한 급발진 의심 사고의 EDR 기록을 보면 제동페달 작동 여부란은 ‘OFF’로 기재돼있다.
최 교수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면 긴급제동장치(ABS)가 작동해 ‘ON’으로 표시된다”며 “최신 차량은 각종 제어 장치로 인해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운전자 오조작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페달 오조작 방지 장치 기술과 운전자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달 출시한 현대자동차의 경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국내 양산차 최초로 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을 탑재했다. 전후방 1m 이내에 장애물을 두고저속 주행하는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을 때 차량을 멈춰 충돌을 방지한다.
급발진 의심 사고 원인을 파악하는 해법으로 꼽히는 페달 블랙박스의 설치 의무화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영상은 딥페이크에 의한 조작에 취약하다”며 “차량 제조사가 제작할 경우 미작동, 오작동, 데이터 보안 기능 확보를 위해 애프터마켓 제품 대비 2~3배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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