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생산기지가 가동 초읽기에 들어갔다. 북미 시장을 겨냥한 전기차를 양산하기 위해 세 자릿 수 인력을 확보하고 각종 기기와 설비들을 갖추는 등 공장 구축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차종은 아이오닉5 등 전용 전기차를 시작으로 하이브리드차(HEV)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으로 확대하며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19일 완성차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조지아주에 들어서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건물 외관, 인프라 공사 등을 마무리하고 대규모 인력 채용에 착수했다.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HMGMA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860명 넘는 엔지니어를 채용했다. 이른바 메타프로(MetaPro)로 불리는 이들은 프레스·차체·조립·도장 등 생산을 담당한다. HMGMA는 생산뿐만 아니라 인사와 품질관리·구매·노무 등 수십 개의 직군에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10월 첫 삽을 뜬 HMGMA의 공정률(기본 도급액 대비 완성 공사액 비율)은 6월 말 85.1%였는데 현재 공정률은 가동에 임박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시공사가 담당하는 공장 건설이나 도로 등 인프라 조성 작업은 대부분 완료됐다”며 “내부 시설만 갖춰지면 차량 생산도 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특히 HMGMA에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제조해 EV, 하이브리드차(HEV), EREV 등 친환경차 전 차종에 대한 생산 기반을 완성한다.
HMGM가 가동되면 현대차의 EV 판매에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현지에서 생산된 EV에만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하고 있다. EV를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던 현대차는 HMGMA를 통해 세제 혜택까지 받게 된다. 미국 시장 2위(점유율 10%)를 넘어 1위 테슬라를 추격할 발판이 마련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의 HMGMA 구축으로 미국 전기차(EV) 시장에서 현대차의 입지는 더 강화된다. 현대차는 세계 EV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7월 말 기준 점유율 10%를 기록해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의 자동차 공룡인 포드(7.4%)와 GM(6.3%)보다 앞서 있다.
주목할 것은 현대차의 이 같은 실적은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 EV에 대한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세제 혜택을 받지 않고 이뤘다는 점이다. 10월부터 조지아주의 HMGMA에서 EV가 생산되면 현대차의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는 이유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와 같은 주력 EV가 시장의 호평을 받으며 판을 흔들고 있고 미국 EV 1위 업체 테슬라는 2분기 기준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0%(49.7%)가 무너진 상황이다. 현대차의 EV가 세제 혜택까지 받게 되면 장기적으로 ‘테슬라 천하’이던 미국 EV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대차도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HMGMA의 첫 생산 모델인 아이오닉5와 관련해 “새로운 아이오닉5는 북미충전표준(NACS) 충전 포트, 더 긴 주행거리를 갖추고 3750달러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HMGMA가 10월 예정대로 가동될 수 있게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현지 인력의 전문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문 인력은 품질과도 직결된다. 정의선 회장은 ‘품질 경영’을 앞세워 현대차그룹을 세계시장 3위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차는 HMGMA에도 정 회장의 품질 경영 DNA를 심어 EV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현지에서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현대차의 프로젝트도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사바나 기술 대학 등 인근 교육기관 네 곳과 협력해 전기차 전문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 분야에 관심 있는 취업준비생 등을 대상으로 전기 원리와 기술, 안전 등 전기차·하이브리드차 전반에 대한 교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현대차는 프로그램을 이수한 인력들에게 HMGMA 취업에 혜택을 주는 것은 물론 일반 생산 인력 대비 높은 임금을 지급한다. 높은 기술력을 갖춘 인력에 대해서는 충분한 보상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생산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가 공장 가동에 앞서 860명의 엔지니어를 확보한 것도 이 같은 전략이 유효했다.
전문 인력은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HMGMA에서 품질과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HMGMA는 기존 공장과 달리 컨베이어 벨트가 없다. 대신 고정 노선 물류로봇(AGV)이 전기차 조립에 필요한 각종 부품을 운반하고 주차로봇이 완성된 차량을 별도 주차 공간으로 옮긴다. HMGMA에 포진된 AGV 200대, 주차로봇 50대는 부품과 차체를 정해진 경로에 따라 정확하게 옮겨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범퍼와 후드 등 차체 부품을 찍어내는 프레스 설비도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수천 톤의 압력을 가하는 대형 다이(주형틀)를 활용해 강철판을 차체 부품들로 변형하는 핵심 설비로 꼽힌다. 이후에는 숙련된 인력과 혁신 기술의 결합으로 각 부품을 정밀하게 연결하는 작업이 이뤄진다.
현대차는 10월부터 HMGMA를 앞세워 본격적인 현지 EV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현대차는 HMGMA의 라인업에 지난달 28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밝힌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도 추가한다. 엔진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으로 최대 주행거리가 900㎞ 이상인 EREV는 미국 시장에서 주목받는 친환경차다.
EREV가 HMGMA에서 생산되면 현대차는 EV와 하이브리드 라인업 모두를 현지에서 구축하게 된다.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싼타페 HEV, GV70 EV가, HMGMA에서는 아이오닉5, 스포츠유틸리타차량(SUV) 아이오닉9, EREV 등이 생산되는 식이다. 최근 ‘포괄적 협력’을 약속한 GM과 전기 픽업트럭을 공동으로 개발해 HMGMA에서 생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EV 모델을 21개로 늘리고 하이브리드차 모델도 기존 7개에서 14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HMGMA는 EV와 혼류 생산이 가능한 라인을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며 “개발 계획에 따라 다양한 차종이 생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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