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KCGI가 2200억 원에 한양증권(001750)의 새 주인이 된다. 입찰 과정에서 1주당 6만 5000원을 제시해 고가 인수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협상 과정에서 주당 6만 원 아래로 가격을 낮췄다. 남은 관건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인데 금융 당국이 깐깐하게 보겠다고 예고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양학원 등 매각 측은 한양증권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인 KCGI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매각 대상 지분은 29.6%(376만 6973주)이며 주당 5만 8500원으로 총 2204억 원이 투입된다. 처음 제안한 가격보다 10%가량 낮아진 것이다. 이날 한양증권 종가는 1만 6670원이다. 지난달 2일 KCGI가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지 약 7주 만으로 양측은 협상 기한을 두 차례나 연장했다.
한양학원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 41.07%(522만 7243주) 중 한양학원 4.99%, 김종량 한양대 이사장 4.05% 등은 남긴다. 이번 인수전에는 KCGI 외에 LF그룹, 케이엘앤파트너스·HXD화성개발 컨소시엄, 케이프증권 등이 참여했고 주당 5만 3000원을 제시한 LF가 차순위 협상 대상자에 올랐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던 KCGI는 결국 OK금융그룹과 메리츠증권 등을 출자자로 확보했다. OK금융은 KCGI가 조성하는 프로젝트펀드에 약 1000억 원을 출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KCGI는 금융 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KCGI뿐 아니라 펀드에 출자한 OK금융그룹과 메리츠증권 등 유한책임투자자(LP)들에 대한 적격성도 모두 따지게 된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신청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완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자료 보강 등을 이유로 연장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은 불투명한 매각 과정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자 더 엄격하게 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업계에서는 최대 5~6개월까지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KCGI는 한양증권의 안정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고 KCGI·KCGI자산운용·KCGI대체운용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한양증권 인수가 마무리된다면 강성부 대표는 운용·증권·PEF를 아우르는 종합 금융사의 수장으로 올라서게 된다.
최근 병원과 대학 모두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던 한양학원은 증권사 매각으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한양대는 16년째 대학 등록금이 동결된 여파가, 한양대병원은 수년간 적자인 상황에서 전공의 파업까지 겹쳤다. 업계에서는 한양산업개발이 부동산 PF 여파로 유동성 위기를 겪은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기준 국내 30위권의 강소 증권사로 지난해 영업이익은 463억 원, 당기순이익은 351억 원에 이른다. 기업금융·채권 부문에 강점이 있는 증권사로 평가받고 있다.
KCGI는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함께 주주·채권자·고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거버넌스 개선 및 기업가치 증대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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