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가 이달 15일 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매도 의견 보고서를 내기 직전 자사 창구에서 대규모로 SK하이닉스 매도 주문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는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영향 등으로 주가가 급락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증시 휴장 직전일인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SK하이닉스의 매도 체결량은 101만 1719주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창구에서 매수량을 뺀 순매도량은 78만 8678주로 나타났다. 단순 매도량과 순매도량 모두 국내외 증권사를 통틀어 1위다. 매도 물량을 당일 종가 기준으로 계산하면 1647억 원 규모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단일 창구에서 하루 만에 쏟아진 대규모 매도가 흔한 일은 아니라고 분석하고 있다. 모건스탠리 서울지점에 이어 매도량이 많았던 창구는 JP모간 50만 462주, 맥쿼리 20만 9411주 등으로 훨씬 적었다. 서울지점은 11~12일에는 SK하이닉스 주식을 약 15만 주, 57만 주씩 순매수했다. 외국계 IB의 한 관계자는 “모건스탠리 매매 창구는 대부분 외국계 헤지펀드 등 기관이 이용한다”며 “실질 매도 주체가 모건의 보고서 내용을 미리 파악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아예 관련성이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추석 연휴 기간이던 15일(현지 시간) ‘겨울이 다가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반 토막 냈다. 투자 의견도 ‘비중 확대’에서 ‘축소’로 바꾸며 사실상 매도할 것을 권했다. 그 이유로는 메모리 업황 악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삼성전자(005930)의 목표주가도 기존 10만 5000원에서 7만 6000원으로 27.6% 하향했다.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로 이날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14% 빠진 15만 28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2.02% 하락했다. 이날도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는 SK하이닉스 167만여 주, 삼성전자 115만여 주가 순매도되며 하락 폭을 키웠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보고서를 내는 주체와 거래 주체가 다르면 법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 매매 주체가 같은 곳인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조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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