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과 SK(034730) E&S의 합병이 성사되기 위한 최종 관문으로 꼽혔던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3300억 원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SK 측이 한도로 설정했던 8000억 원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면서 11월 1일 통합 법인 출범을 목표로 한 합병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될 전망이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추석 연휴 전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13일까지 각 증권사를 통해 신청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3300억 원대로 나타났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한은 이날까지지만, 증권사를 통한 주식매수청구권 접수는 통상 2영업일 전 신청을 마감하기 때문에 최종 규모는 3300억 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SK는 지난 7월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방안을 발표하며 SK이노베이션의 매수 예정가를 11만1943원으로 설정했다. 합병 과정에 찬성하지 않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해당 가격에 주식을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SK는 청구권 행사 한도를 8000억 원으로 설정했는데, 이 규모를 넘어서면 합병 계획을 철회하거나 이사회를 통해 재차 한도를 높여야 했다.
SK는 당초 한도 이상의 매수청구권 신청이 들어오더라도 최대 1조2000억 원까지 감당 가능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계획했던 한도의 절반에 못 미친 3300억 원에 대한 주식만 사들이고 예정대로 합병 과정을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주주들은 합병 이후 주가가 추가 상승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13일 SK이노베이션 종가(11만700원)가 매수 가격보다 1.1%밖에 낮지 않아 주식을 팔 유인이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 마감일인 이날 현재도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1만1000원 전후로 등락을 반복하고 있어 추가 신청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2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와의 합병 안건을 참석 주주 85.75%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통과시킨 바 있다. 외국인 주주의 합병 찬성률은 95%에 달했다. SK측은 SK E&S에 총 3조1350억 원을 투자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또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계약 변경 등을 통해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KKR이 합병에 반대해 투자금을 회수할 경우 도시가스 사업을 현물로 상환해야 하는 등 합병 절차가 파행을 빚을 수밖에 없지만, 가능성이 없다는 설명이다.
SK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은 이노베이션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한도 내로 들어오고 KKR과의 관계가 유지되면서 예정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오는 11월 1일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가 출범한다. 현재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꾸린 상태로, 양사 시너지 작업을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SK는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를 2030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2000억원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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