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모펀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추진 중인 거래소 직상장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혁신금융서비스) 심사가 지연되면서 제동이 걸렸다. 정부가 힘을 싣는 사업인 만큼 심사는 무난히 통과하겠지만 당초 계획했던 연내 상장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당초 이달로 예상했던 공모펀드 직상장에 대한 규제 샌드박스 심사 결과 발표를 연기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올 6월 대형사 등 자산운용사 30여곳이 운용 중인 대표 상품을 중심으로 규제 샌드박스 심사를 신청했는데 절차가 다소 지연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초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거래소 직상장을 추진해 온 만큼 규제 샌드박스 통과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직상장 공모펀드는 별도의 X클래스(Class)를 통해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시장에서 쉽게 거래할 수 있는데 ETF와 달리 기초지수와의 상관계수 규제를 받지 않는다. 금융위는 혁신금융심사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다음 달까지 결과를 낸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규제 샌드박스 통과가 늦어진 만큼 연내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점이다. 샌드박스를 통과하더라도 공모펀드를 즉시 거래할 수 없다. 한국거래소에 전산 시스템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펀드인 만큼 예탁결제원 시스템도 구축하는 등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 투자종목정보 공개 여부 등 규정 개정 작업도 남아 있다.
공모펀드 상장 기준도 확정되지 않았다. ETF는 상장을 신청할 수 있는 최소 설정액이 70억 원인데 거래소가 이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자본금 기준이 높아질수록 대형 운용사만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현재도 거래가 원활하지 않은 ETF가 많은데 거래되지 않는 공모펀드가 상장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양질의 펀드가 상장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중소형 운용사들이 상장 공모펀드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펀드를 상장하려는 운용사는 실시간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증권사와 유동성공급자(LP)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비용 등 측면에서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중소형 운용사의 초기 자금 유치 등을 위한 제도적 지원 방안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모펀드 직상장 자체가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장기투자와 결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마저 직상장해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되면 단타만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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