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의 평가를 심의하겠다고 나서자 의대 교수들의 반발이 거세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23일 '교육부는 의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19일 의대 정원 증원으로 의평원의 '주요변화평가'를 받게 된 의대와 소속 대학 본부 등을 대상으로 공문을 발송했다. 의평원은 교육부의 지정을 받아 의과대학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의평원 규정상 입학정원 대비 10% 이상 증원이 이뤄지는 등 의학교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변화'가 생길 경우 인증을 받은 의대라도 주요변화 계획서를 제출하고 인증평가를 받게 돼 있다.
앞서 의평원은 2025학년도 입학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를 대상으로 증원이 결정된 올해부터 졸업생 배출 전까지 총 6년간 매년 주요변화 평가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통상 의평원 인증 평가는 2년이나 4년, 6년 주기로 이뤄졌다. 이에 각 대학의 부담이 상당할 것이란 예상이 제기됐었다.
최근 교육부의 공문에 따르면 의평원 주요변화평가의 공정·객관성 확보를 위해 교육부 산하 인정기관심의위원회 심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위원회가 주요변화평가 보완을 지시하거나 수정을 권고할 수 있다.
비대위는 "의학 교육의 전문가가 아닌 교육부가 의평원 평가를 갑자기 심의하려는 의도가 무엇이냐"며 "정권의 이익을 위해 의대 교육 수준을 희생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비판했다. 그간 의평원이 우리나라의 의학 교육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담보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의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도록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교육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개탄한다"며 "어떠한 압력이 있더라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충분한 자격을 갖춘 학생만이 의대를 졸업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복귀를 독려하고자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유급 판단 시기를 기존 '학기 말'이 아닌 '학년 말'로 조정하고, 학기제를 허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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