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010130)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해외 펀드 등으로부터 자금 모집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증권사의 참여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인다.
연기금 등 출자자(LP)들에게 선관주의 의무를 부담하는 운용사(GP)의 경우, 충분한 실사 기간을 갖지 못하고 경영권 분쟁 이벤트로 인해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등한 회사에 대규모의 투자 결정을 내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상당수 국내외 PEF가 경영권 갈등 기업에 대한 투자 자체를 꺼리는 측면도 강하다.
이는 해외의 일반 기업이라도 마찬가지다. 통상적으로 일반 기업은 투자의사결정을 위한 시간이 더 길게 필요하고, 오버슈팅된 주가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이사는 회사에 대한 배임 이슈에 휘말리게 될 수도 있다.
증권사로부터의 자금조달도 쉽지 않울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업자로서 감독 당국의 관리 감독을 받는 증권사들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 처한 고려아연 지분에 기반해 최 회장 등 최씨 일가 개인 측에 대한 신용공여를 해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난색을 표한다는 후문이다. 다만 최 회장과 김남구 한국투자증권 회장은 개인적으로 가까운 관계여서 한투의 참여 가능성은 없지는 않다.
MBK는 한투에서 주식담보대출을 해준다고 해도 최씨 일가의 지분 15.6%에 이러한 기준을 적용 시, 이론적으로 최대 5000여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그런데 최 회장 개인 지분은 1.8%에 불과할 정도로 최씨 일가 간 지분이 분산돼 있고, 15.6%에는 주담대가 불가능한 외국인 보유 물량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반대매매를 통한 회수가능성 리스크로 인해 대주주에 대한 주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증권사들의 내부 규정이 있어 최대 5000여억원은 말 그대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만약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최대 한도 규모 대출을 하고자 한다면, 금융투자업자가 재무건전성 훼손 위험까지 부담하며 특정 개인에 대해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어서 감독당국에서 규제 위반 여부에 대해 주도면밀하게 모니터링 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주담대 규정 회피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이 총수익수왑(TRS) 계약을 체결하고 직접 취득하는 방법으로 규모를 늘리는 것도 어려워 보인다. TRS 특성 상 거래상대방의 신용도 및 담보제공능력이 중요한데, 최 회장이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 보이는 까닭에 실행 시 바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이를 추진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투는 공교롭게도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시세조종 건에 대해서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을 받게 될 경우에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SM 시세조종혐의의 한 축인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최대출자자인 고려아연의 우군이 된다는 것은 재벌가 네트워크에 따라 금융투자업자의 고유자금이 무분별하게 동원된다는 인식을 형성시켜 감독당국의 눈 밖에 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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