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보험료를 더 내고 받는 돈은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통과하면 20대는 약 1억 8000만 원을 내고 3억 원 가까이를 연금으로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납입액의 약 1.7배를 받는 것이다. 반면 50대는 개혁 후에도 납입액의 약 2.6배를 수령해 중장년층의 보험료 증가 속도가 빠르더라도 이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고려하면 ‘더 내고 덜 받는’ 식의 연금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 개혁 추진 계획 팩트 체크’ 브리핑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앞서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높이고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평균 소득 대비 수령액)은 지금 수준인 42%를 유지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50대는 매년 1%포인트씩 4년간, 20대는 0.25%포인트씩 16년에 걸쳐 보험료를 올리기로 했다.
복지부의 추산에 따르면 내년에 만 20세가 되는 2005년생은 40년의 가입 기간 동안 1억 7640만 원의 보험료를 내게 된다. 반면 내년에 만 50세가 되는 1975년생이 총 납부하는 보험료는 1억 3860만 원이다. 수령액의 경우 20대는 연금을 받기 시작한 후 25년 동안 2억 9861만 원을, 50대는 3억 5939만 원을 받는다. 20대는 낸 것에 비해 1.69배를 받는 데 비해 50대는 2.59배를 타는 셈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50대는 그동안 9%의 낮은 보험료율을 부담한 데 비해 20대는 연금 개혁에 따라 가입 기간 대부분 13%에 가까운 보험료를 내야 한다”며 “세대별로 기여와 혜택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연금 개혁에 따른 나이대별 보험료와 연금수령액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이렇게 나이에 따라 내는 돈과 받는 돈이 달라지는 것은 국민연금 제도 발전에 따라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율과 연금 수급시 적용되는 소득대체율이 꾸준히 변해왔기 때문이다. 1975년에 태어나 내년에 만 50세가 되는 A씨와 2005년에 태어나 곧 만 20세가 되는 B씨를 비교해보자. A 씨는 1995년에 만 20세가 됐다. 당시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6%, 소득대체율은 70%였다. A 씨가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연금 제도는 조금씩 개선됐다. 1998년에는 보험료율이 9%로 인상됐다. 소득대체율은 1999년 60%로, 2008년 50%로 한 번에 10%포인트씩 떨어진 후 매년 0.5%포인트씩 줄어들고 있다. 올해 연금 개혁이 정부안대로 통과하면 보험료율은 4년 동안 매년 1%포인트씩 오르고 소득대체율은 42%로 고정된다.
A 씨가 국민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2035년이 되면 국민연금공단은 이 같은 이력을 모두 고려해 A 씨의 연금액을 책정한다. 현행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라지만 실제로 각 가입자들이 연금을 받을 때 적용받는 수치는 천차만별이라는 의미다. 1995년부터 40년 동안 국민연금에 가입한 A 씨가 적용받는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50.6%다. A 씨가 1995년부터 2035년까지 낸 평균 보험료율은 생애 평균 소득의 9.6%다.
반면 내년에 만 20세가 되는 2005년생 B 씨는 당장 9.25%의 보험료율을 적용받게 된다. 보험료율은 매년 0.25%포인트씩 올라 2040년 13%에 도달한다. 추가적인 개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B 씨의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내내 42%다. 따라서 B 씨는 가입 기간 동안 평균 12.3%의 보험료를 내고 만 65세가 된 뒤에는 생애 평균 소득의 42%를 연금으로 받는다. 이렇게 계산하면 2025년 만 30세가 되는 1995년의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42.6%, 만 40세가 되는 1985년생의 생애 평균 소득대체율은 45.1%다. 국민연금에 언제부터 가입했느냐에 따라 기여(보험료 납부)와 혜택(연금 수령)이 상당 폭 차이 난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대별로 보험료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해도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 인상을 적용할 경우 20대의 생애 총보험료는 576만 원 감소했다. 반면 50대의 경우 288만 원을 더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가입자의 보험료율을 8년 동안 연간 0.5%포인트씩 인상하는 상황과 비교한 결과다. 석 교수는 “제도에 누적된 세대별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과거 세대는 부모 봉양에 사적 비용을 상당히 썼다면 미래 세대는 늘어나는 국가부채를 감당해야 하는 등 각자의 사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세대 간 격차를 완전히 해소하는 데 주력하기보다 제도 안정성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자동 조정 장치 도입에 따른 효과도 연령에 따라 다른 것으로 추계됐다. 연령에 따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시기가 모두 상이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들이 받는 연금액은 매년 물가상승률만큼 인상된다. 정부가 제안한 자동 조정 장치는 가입자 수 감소와 기대여명 증가에 맞춰 연금액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자동 조정 장치를 도입함에 따라 내년에 20대가 되는 2005년생의 총연금액은 2억 8492만 원에서 2억 5339만 원으로 11.1% 감소했다. 2005년 30대가 되는 1995년생의 연금액은 2억 9247만 원에서 2억 5326만 원으로 13.4% 줄었다. 이들은 2060년 이후 연금을 받기 시작하기 때문에 자동 조정 장치 도입 시기는 급여 감소 폭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앞서 정부는 자동 조정 장치 발동 시기를 보험료 수입이 연금 지출보다 적어지는 2036년, 기금 고갈 5년 전인 2049년, 기금 고갈을 앞둔 2054년 세 가지로 나눠 제안했다.
40대와 50대는 발동 시기에 따라 삭감액이 달랐다. 내년에 40대가 되는 1985년생의 경우 자동 조정 장치가 2036년부터 작동하면 급여액이 14.6%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동 시기가 2054년이면 감소 폭은 10.7%로 줄어든다. 1985년생은 2050년부터 연금을 받아 첫 4년간 연금 삭감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50대에 진입하는 1975년생은 2036년에 자동 조정 장치가 도입될 경우 연금 급여액이 15.6% 감소한다. 금액 기준으로 2054년부터 발동할 경우 감소 폭이 2.7%에 그쳤다. 2040년부터 연금을 수령하므로 2054년부터 자동 조정 장치가 작동하면 첫 14년간 연금을 삭감하지 않게 돼 발생하는 현상이다.
정부는 자동 조정 장치가 발동돼 기대여명 등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으로 조정되더라도 낸 것보다는 많이 받도록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연금액 인상률의 하한을 0.31%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복지부는 “연금 급여 상승률이 지나치게 낮아질 경우 일부 가입자들은 낸 것보다 덜 받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연금 상승률이 0.31%”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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