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우에 배추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무와 배추 가격의 60%가량이 유통 비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속적으로 유통 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지난해에는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열었지만 큰 효과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 공급되고 있는 고랭지배추(여름배추)의 유통 비용률은 2022년 기준 56.1%를 차지했다.
유통 비용률은 최종 소비자 가격에서 중간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최종 소비자 가격의 절반 이상이 유통 비용인 셈이다. 다음 달부터 출하가 시작될 김장용 가을배추 가격에서 유통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58.7%에 달했다. 주로 김장에 쓰이는 가을무의 유통 비용률은 75.8%로 조사됐다. 가을무는 쌀과 고추·사과·돼지고기 등 전체 35개 품목 중 가장 높았다. 겨울무 유통 비용률도 75.7%에 이른다. 가을무와 겨울무의 경우 가격의 4분의 3이 유통비다.
무와 배추를 포함한 엽근채소류 전체의 평균 유통 비용률은 62.8%였다. 시장에서 1000원짜리 무·배추를 사면 그중 628원은 유통 비용이라는 의미다. 전체 35개 품목 평균 유통 비용률이 49.7%임을 고려하면 무·배추 등은 평균보다 더 높은 셈이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현재 유통 비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와 배추 등의 유통 비용이 다른 농축산물보다 높은 것은 이들 작물이 ‘밭떼기’ 방식으로 주로 거래가 이뤄지고 유통 과정에서 배춧잎이 손상돼 크기가 줄어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밭떼기는 사실상 선물거래와 비슷해 리스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김 교수는 “배추 가격은 변동성이 커 그만큼 리스크도 높기 때문에 (밭떼기 식으로) 거래 시 마진 폭을 조금 더 크게 잡는 경향이 있다”며 “게다가 배추는 수확이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중간에 배춧잎이 손상되는 사례가 많아 비용이 더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지와 소비지를 직접 연결하는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시장을 지난해 11월 말 출범시키고 유통 비용 효율화에 나섰지만 거래량은 당초 목표치를 밑돌고 있다. 22일 기준 온라인 도매시장의 올해 누적 거래 실적은 2599억 원으로 정부의 9월 말 목표치(3470억 원)에 못 미친다. 김 교수는 “배추와 무의 경우 다른 작물에 비해 유통 비용이 클 수밖에 없는 구조기는 하지만 온라인 도매시장은 오프라인에 비해 물류비나 수수료가 적기 때문에 이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직 정부 관계자는 “배추는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고 김장철에 매출이 많이 나오는 구조”라며 “유통업자들이 중간에서 리스크 관리를 해주는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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