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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금감원 경고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주가 급등에 투자손실 경고도

최 회장, 베인 등과 손잡을지 촉각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이 지나치게 과열되자 금융감독원이 공개매수 과정에서 시장 질서 교란 행위나 불공정거래 등이 발생할 경우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금융 당국이 공개매수를 통한 시장 과열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원자재 공급망 우려, 중국 업체에 경영권 매각, 공개매수 이후 주가 급락 등 각종 리스크와 의혹이 흑색선전 형태로 난무함에 따라 당국이 자제를 촉구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은 특히 양측이 아전인수식으로 당국 발언을 해석해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데 대한 불쾌감도 드러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대항공개매수에 나서기 위한 자금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베인캐피털 등이 최 회장과 손잡고 영풍·MBK에 맞서 대항공개매수에 나설지가 초미의 관심이다.



최 회장은 늦어도 10월 2일에는 공개매수에 나서야 한다. 앞서 메리츠증권에 3000억 원의 자금 지원을 요청한 최 회장이 경영권을 사수하려면 1조 3000억 원(80만 원에 대항공개매수 기준)가량의 자금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양측 간 신경전이 불꽃 튀면서 해외 언론도 이 문제를 조망하고 있다. 실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촉발된 17억 달러 인수전(The $1.7 Billion Takeover Brawl Fueled by a Fear of China)’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러자 MBK 측은 “고려아연이 WSJ 기사 원문에 없는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서구권 우려’ ‘MBK 인수 시 핵심 광물 공급망 우려’ 등 내용을 보도 자료에 담아 배포했다”고 꼬집는 등 날 선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전날 부원장 회의에서 상장회사 공개매수 관련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힌 것은 이런 배경 때문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이날 자료를 통해 “공개매수 등 M&A 과정에서 발생한 건전한 경영권 경쟁은 시장 자율에 맡길 것이나 현재 진행 중인 상장회사 공개매수는 경쟁 과열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적으로 고려아연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최 회장과 영풍·MBK에 ‘자중하라’는 시그널을 던진 것이다. 금감원은 공개매수자·대상회사·사무취급자 등은 제반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 당사자가 당국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양측이 금감원의 당부 사항을 왜곡하거나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고 있다”며 “적법한 공개매수 절차에만 집중하라”고 재차 경고했다. 앞서 양측은 금감원 경고에 관련 논평을 내놓았는데 이전 주장과 결이 같은 논평으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소재로 삼자 당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실제 MBK 측은 “고려아연 공개매수와 관련된 당국의 당부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MBK가 경영권을 쥐면 고려아연을) 중국에 매각하고 기술도 유출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루머나 풍문 유포 등이 마구 이뤄졌는데 이는 시장 질서 교란 행위”라고 밝혔다. 고려아연도 입장문을 통해 “MBK가 (고려아연의) 신사업을 깎아내리고 미래 성장 비전에는 딴청을 피우고 있다”며 “우리 힘으로 사업보국을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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