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GSMA)가 전 세계 통신산업 탄소중립(넷제로)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로 이전 세대 네트워크 폐기와 단말기 재활용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또 GSMA는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의 전력 효율 강화 등 국가 차원의 친환경 전력 인프라 확충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티븐 무어(사진) GSMA 기후행동대표는 1일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호텔에서 열린 '모바일 360 아시아태평양(M360 APAC) 2024 서울' 미디어 라운드테이블에서 "통신 및 모바일 산업은 2019년 이후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여정을 밟아 나가고 있다"면서 "2050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50% 수준으로 감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GSMA는 전 세계 통신산업의 넷제로 실현을 위한 기후행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탄소 배출량 측정과 과학적 분석 기반 감축량 설정 등의 방법을 안내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러한 GSMA의 노력을 통해 전 세계 70여 개의 통신사가 단기 탄소 배출 감축 목표 설정하고 연간 감축량 등을 공개하고 있다.
무어 기후행동대표는 가장 우선 진행돼야 할 과제로 이전 세대 네트워크 폐지를 강조했다. 특히 3G 네트워크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폐지 움직임이 활발한 상황이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차이나모바일', 미국의 '버라이즌' 등은 각각 2020년, 2022년 3G 서비스를 종료한 바 있다. 무어 기후행동대표는 "앞서 독일의 '텔레포니카'가 2021년 3G 서비스를 폐지했으며, 이를 통해 연간 60GWh(기가와트시)의 전력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3G 서비스 종료 움직임은 더딘 상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G 서비스 이용기간 만료 시기를 해외 주요 국가보다 늦은 2026년 12월로 예고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 주파수 정책을 발표하면서 3G 서비스 이용기간 만료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밝힌 만큼 조기 종료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무어 기후행동대표는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선 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기존 네트워크를 폐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전 세대 네트워크의 조기 종료가 탄소 배출 감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불필요한 기지국을 줄임으로써 전력 사용을 축소할 수 있어서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3G 서비스 유지를 위해 전국 28만 개의 기지국을 상시 운영 중이다. 5G 서비스의 경우 기지국 당 평균 가입자 수가 100.2명인 반면, 3G 서비스는 기지국 당 평균 가입자 수는 2.1명에 그친다.
무어 기후행동대표는 스마트폰 등 단말기 재활용 필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단말기 수가 50억 개에 달한다"면서 "해당 50억 개의 단말기에서 추출한 배터리 소재 등을 활용하면 전기 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1000만 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30년까지 통신사업자가 시장에 연간 출시하는 단말기의 회수율을 20%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또 무어 기후행동대표는 AI 서비스 확산에 따른 전력량 급증과 관련해서는 AI 데이터센터(AIDC)의 에너지 효율 강화와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는 "AIDC가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갖추는 것이 넷제로 실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면서 "또 AIDC에 공급되는 전력에 대한 재생에너지 비중도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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