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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고 부수고 15년 걸렸다"…락고재 '한옥 명품화' 향한 도전

■안영환 락고재 회장

한옥 목수 인력 양성 위해 목수학교도 설립

서까래 수차례 올리고 내리고 깎아 전통대로

"서울 락고재와 달리 자연 만끽하며 쉴 수 있어"

안영환 락고재 회장이 최근 경북 안동 ‘락고재 하회’에서 한옥 호텔을 짓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락고재




안영환(오른쪽) 락고재 회장이 경북 안동 ‘락고재 하회’에서 안지원 대표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락고재


“경북 안동에서 한옥 호텔을 짓는 데 15년이 걸렸지만 사실 준비 기간까지 따지면 그 이상의 세월이라고 봐야 합니다. 소나무와 고미술품을 천천히 모으면서 준비한 평생 작업입니다.”

안영환(사진) 락고재 회장은 최근 경북 안동 ‘락고재 하회’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은 소회를 밝혔다. 락고재는 2003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서 국내 최초 한옥 호텔을 선보였다. 인기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포토카드 촬영지로 입소문이 나면서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락고재 하회는 가회동 호텔에 이어 두 번째로 공사를 시작했지만 이제야 오픈을 앞두고 있다. 15년의 시간과 정성·노하우가 락고재 하회에 모두 축약된 셈이다.

실제로 안 회장은 락고재 하회를 완성하기 위해 수차례 한옥을 지었다가 부쉈다. 그는 “한옥의 명품화를 원했다”며 “명품은 디테일의 싸움으로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디테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고 덧붙였다.



한옥을 지을 목수 인력이 부족해 안 회장이 직접 안동에 목수학교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에서 한옥을 가르치고 나니 실습할 데가 없어 이 호텔로 실습해보라고 했다”며 “처음 배운 사람이 짓다 보니 일반 목수보다 시간은 3배 더 걸렸지만 초짜들이 원리·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일반 목수보다 더 정교하게 한옥을 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옥의 정교함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곳은 지붕이다. 한옥에서 ‘팔작(八作)지붕’이란 지붕면이 앞뒤에만 있어 ‘시옷(ㅅ) 자’ 모양인 맞배지붕의 양옆에 또 다른 지붕이 달려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여덟팔(八) 자’ 모양으로 보이는 지붕을 말한다. 팔작지붕의 모서리 부분은 서까래가 부챗살로 펼쳐지게 거는 ‘선자서까래’ 방식을 쓴다. 무거운 서까래를 스무 번 넘게 올리고 내리면서 각도를 맞춰 깎은 끝에 완성된다. 전통 한옥 지붕 중에서도 품이 많이 들어가는 지붕에 속한다. 락고재 하회에 팔작지붕을 쓴 한옥들은 모두 이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안 회장이 “(이곳은) 한옥을 흉내만 내는 다른 호텔과 차원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안영환 락고재 회장이 최근 경북 안동 ‘락고재 하회’에서 한옥 호텔을 짓게 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락고재


안 회장이 하회마을이 위치한 안동 지역에 한옥 호텔을 짓기로 한 것도 한옥에 대한 그의 애정 때문이다. 그는 “지금은 안동에 고속도로가 뚫리고 KTX가 서는 등 교통이 편리해졌지만 20년 전만 해도 교통이 불편해 사람들이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그 덕에 한옥이 전통 모습 그대로 많이 보존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인 미를 숙박 시설로 펼쳐 보일 도시로 안동이 안성맞춤인 셈이다.

락고재 하회는 올 4월부터 가오픈해 투숙객을 맞고 있다. 가오픈 기간 투숙객의 절반가량이 외국인인 데다가 국적별로는 프랑스 관광객이 제일 많았다. 전통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려는 내·외국인의 수요가 정식 오픈 전부터 입증된 것이다. 락고재 하회는 내년 본격적으로 운영하게 되면 봄가을 시즌을 중심으로 만실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안 회장은 “한국 문화의 본질은 풍류에 있는데 풍류의 본질은 자연이고 자연을 가장 만끽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한옥”이라며 “서울에서는 어렵지만 안동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한옥에서 쉬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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