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이 2조 원의 실탄을 마련해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 후 소각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4일 종료되는 영풍·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날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어 공개매수를 통한 자기주식 취득과 취득한 자기주식에 대한 소각 등에 대해 의결했다.
고려아연은 이를 위해 1조 원의 회사채를 사모 형태로 발행하기로 했고, 메리츠금융이 주도적으로 이 회사채를 인수할 계획이다. 금리는 7% 수준으로 정해졌다. 이 외에 지난달 발행한 총 4000억 원 규모의 기업어음(CP) 등을 더해 약 2조 원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약 7% 가량 자사주를 매집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은 MBK가 제시한 1주당 공개 매수가(75만원)보다 높은 80만원 선으로 책정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실제 공개매수를 오는 4일 또는 MBK의 공개매수가 종료한 이후인 7일 중 개시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7일 이후라면 MBK가 추가로 공개매수가를 높일 수 없고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최 회장 측 33.99%, 영풍 장형진 고문 측 33.13%로 비슷한 수준이다. 영풍·MBK는 약 2조2000억 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7~14.6%를 공개 매수한 뒤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자기주식 취득과 함께 외부 사모펀드(PEF)와 손을 잡고 대항공개매수에 나서는 투트랙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놓은 상태로,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이 1차로 자금을 댈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법원의 가처분 기각 결정 이후 영풍이 낸 추가 가처분이 향후 경영권 분쟁에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추가 가처분을 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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