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통신, 인터넷, 범지구위치결정시스템(GPS) 재밍, 사이버 공격 등 우주공간에서의 기술 능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기권 밖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이스라엘의 우주 무기체계도 가공할 만하다. 최근 우주 영역이 전자전과 사이버 공격 등 격전장으로 바뀌면서 미국, 러시아, 중국, 유럽 등 우주강국들이 우주무기 체계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도 우주잔해물 포획을 위한 전개형·로봇팔형 탑재체, 우주궤도 기동 실험위성, 저궤도 전술위성군 통신 시험위성, (초)소형 통신위성 OBP 네트워크 기술 등의 개발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K방산’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발사체·지상체·위성체 등 우주무기 체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국방우주학회·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한국우주기술진흥협회와 9월 25~27일 부산 코모도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국국방우주학회’ 추계 학술대회에서 국방우주 발전을 위한 의견이 쏟아졌다.
공군 우주센터장 출신인 최성환 한화시스템 전문위원은 “2022년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회원국들이 수직발사식 위성요격 미사일(ASAT) 실험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채택한 뒤 세계 40여 개국이 동참했다”며 “미래 전쟁의 양상이 우주 전자전, 사이버 공격 비중이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최 전문위원은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서 우주 전자전을 볼 때 멀지 않아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을 통해 우주 전자전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위성 등 우주 시스템의 생존력을 높이기 위한 장치 개발, 지상체에 대한 전자공격, GPS 재밍, 사이버공격에 대비한 보안기술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위성 해킹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위성 사이버 보안 가이드라인 제정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미 공군은 지난해 6월 ‘위성 해킹 대회’를 위해 시험용 위성을 발사해 전 세계 해커들에게 해킹을 시도하도록 해 취약한 우주 보안 수준을 높이는 데 나섰다. 우주 분야는 위성통신 네트워크, 지상국 제어 인프라, 항행 시스템 등 정보통신망 의존도가 매우 높아 해킹에 취약하다. 손창근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융합안보보안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와 같이 사이버보안 프레임워크를 위성 분야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지침이 아직 없다”며 “국정원이 위성 사이버보안 실무 협의체를 통해 위성 사이버보안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데, 위성의 목적, 범위, 적용 대상, 보호 대상별 아키텍처, 설계·운용·폐기 과정에서 다양하게 고려할 게 많다”고 말했다.
우주궤도 또는 지상에서 유도무기나 레이저, 전파 교란 등으로 위성을 공격하는 비물리적 대위성무기(ASAT)가 속속 나오는 것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응식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위성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전자파 교란, GPS교란, 위성시스템 해킹 뿐 아니라 궤도상 ASAT 등의 사례를 보면 대위성무기에 대한 적극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최영수 국방신속획득기술연구원 중령은 “우주 교통관리 능력 확충을 위한 기술 기발을 추진하고 관련 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JCO(Joint Commercial Operations)와 같은 국제 우주교통관리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 우주군이 주도하는 JCO는 다양하고 신속한 우주영역 인식(SDA) 능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미국은 물론 호주,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 15개국이 참여해 감시, 정찰, 추적, 데이터 처리, 위치 및 탐색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주기술이 북한으로 유출되는 것에 대한 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컸다. 김기원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우주방호 개념 차원에서 우주 작전을 위한 감시체계를 추진해야 한다”며 “저궤도(LEO) 타원궤도와 정지궤도(GEO) 하방 고도에서 위성들을 감시할 수 있는 위성을 각각 4기와 1기를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김 책임연구위원은 이어 “미국의 우주기반 우주감시시스템(SBSS)과 같은 2축 카메라 각도 조정장치와 전자광학 및 적외선(EO/IR) 체계를 적용해 우주물체 감시와 지상 조기경보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내년과 2030년 각각 마무리하는 군 정찰위성(425 사업)과 초소형위성 체계와 연동해 24시간 조기경보 능력을 확보하는 시너지 효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방우주 능력 함양을 위해서는 민관군 우주자산 통합 활용이 절실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이용원 국방정보본부 전문군무경력관은 “국가 우주안보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려면 민관군의 우주자산을 통합, 활용할 수 있는 체제와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우주 기술주권 확보, 우주산업 활성화, 우방국과의 위성 협력을 통한 K-SPACE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 디딤석(정책)을 깔고 마중물(예산 투입)을 넣어야 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김용우 국방대 소령은 “일본은 우주안보를 핵심으로 삼고 일관된 조직 체계를 구축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우리도 우주정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 부처와 기관을 일원화한 통합적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거들었다.
백기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정책팀 선임연구원은 “‘미 국방부 상업 우주 통합 전략’과 ‘미 우주군 상업 우주 전략’을 볼 때 국방산업, 국제규범 등을 종합 고려한 전략을 수립하고 다양한 계약·합의 메커니즘을 개발해야 한다”며 “각 부처가 협업해 상업 우주 통합을 위한 창구 역할을 하는 별도의 전담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업에서는 관 주도로 축적한 우주기술 역량을 민간에서 고도화·효율화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민관 인력 공동 활용 체제 구축도 필요하다고 했다. 강선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석연구원은 “저가의 소형발사체를 활용해 위성을 많이 발사하는 시장이 많이 열렸다”며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국방 위성 수요를 특정 발사체 또는 방식에 올인할 것이 아니라 한화,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에 할당해 함께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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