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출시된 지 10년이 훌쩍 넘은 지적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게임 개발에 한창이다. 충성도 높은 장수팬들이 있어 실패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데다, 신규 IP를 개발하는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편이라 ‘1석 2조’의 효과가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넥슨 자회사 데브캣은 이르면 연내 출시를 목표로 ‘마비노기 모바일(M)’ 개발에 한창이다. 특히 최근 시스템 기획자와 사용자경험(UX) 기획자 모집에 나서는 등 인재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아울러 넥슨은 마비노기 IP를 활용한 신작인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도 준비 중이다. 마비노기의 스핀오프 작품인 ‘마비노기 영웅전’의 세계관을 공유하는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출시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빈딕투스: 디파잉 페이트는 콘솔·PC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은 마비노기는 넥슨의 대표 IP로, 유저 수 3300만 명, 누적 매출 7억 달러(약 9240억 원)에 달한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넥슨이 여전히 마비노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할 정도다. 이정헌 넥슨 대표는 지난 달 초 열린 자본시장 브리핑에서 “마비노기를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키워낼 것”이라며 “고유 IP를 적극 활용해 2027년까지 연 매출 7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엔씨소프트(036570)도 장수 IP인 ‘리니지’로 실적 반등을 꾀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4분기 출시를 목표로 리니지 IP 기반의 신작 게임 ‘저니 오브 모나크(군주의 여정)’를 개발 중이다. 지난 달 30일 사전 예약을 받은 결과 약 하루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신청이 쏟아졌다. 기존 리지니 IP를 계승하면서도 차별점을 둬 골수팬층과 신규 이용자를 모두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W’, '리니지2M’의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등 리니지 IP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선보인 비(非) 리니지 장르인 ‘배틀크러쉬’와 ‘호연’ 등에 대한 시장 반응이 기대에 못미치자 가장 자신 있는 IP인 리니지 활용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데브시스터즈(194480)도 대표 IP인 ‘쿠키런’을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올해 6월 3차원(3D) 멀티플레이 액션 게임인 ‘쿠키런: 모험의 탑’을 정식 출시한 데브시스터즈는 3D 캐주얼 액션 게임인 ‘쿠키런: 오븐스매쉬’도 개발 중이다. 쿠키런: 오븐스매쉬는 아직 출시일이 정해지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께로 예상한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올드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배경으로는 장수팬의 높은 충성도가 꼽힌다. 올드 IP를 기반으로 한 게임의 경우 탄탄한 팬층을 자랑해 어느 정도 성공이 예상되는데다, IP 확보를 위한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때문에 상대적으로 개발 비용이 적게 든다. 특히 중국 게임사가 색다른 콘셉트의 게임으로 국내 시장을 공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게임사들은 추억과 향수로 팬덤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다만 동시에 같은 내용의 게임이 반복되면서 이용자 피로도를 높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IP를 얼마나 새롭게 녹여내는지가 관건”이라며 “기존 문법을 답습하는 게임은 장수팬도, 신규 이용자 모두를 실망시켜 등을 돌리게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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