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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 혹 같은데"…암은 아닌데 수술 필수라는 '이 병' [메디컬인사이드]

■이희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드문 암이지만 건강검진서 우연히 발견 사례 늘어

경계성 종양이라도 악성 여부 판단 어려워… 절제 원칙

흉강경 또는 로봇수술 통한 최소침습수술 선호 추세

단일공 로봇수술, 통증·흉터·후유증 적고 예후 좋아

이희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최신 단일공 로봇수술기인 다빈치SP(Single Port)를 이용해 흉선종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림대동탄성심병원




“재발 소견 없고 깨끗합니다. 이 상태로 1년만 잘 유지되면 검진 간격도 6개월에 한 번꼴로 늘리실 수 있어요.”

작년 이맘때 이희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에게 최신 단일공 로봇수술기인 다빈치SP(Single Port)를 이용해 흉선종 제거 수술을 받은 서경제(46·가명)씨가 “진작 수술받을 걸 그랬다”며 홀가분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섰다. 서씨는 작년 초 건강검진에서 촬영한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종격동에 크기 4~5㎝ 정도 종양이 보인다는 진단을 받았다. 종격동은 해부학적으로 가슴 안쪽 공간에서 폐를 제외한 모든 부분을 가리킨다. 여기에 물혹이나 양성 종양, 악성 종양이 생긴 상태를 종격동 종양이라고 부른다. 서씨는 종격동의 앞쪽 부분인 전종격동에서 종양이 생긴 것으로 의심됐다.

◇ 이름도 생소한 ‘흉선’…“경계성 종양이라도 수술로 제거하는 게 원칙”


흉선(가슴샘)은 앞가슴 한가운데 있는 흉골 바로 뒤에서 대동맥과 대정맥을 감싸고 있는 나비 모양 기관이다. 체내 면역세포의 생성과 성숙에 관여한다. 면역계통이 빠르게 성숙하는 사춘기까지 30~40g 정도로 커졌다가 그 이후에는 크기가 줄고 지방 조직으로 변해 흔적 기관으로 남는다. 흉선에 발생한 종양인 흉선종은 전종격동 종양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문제는 CT 등 영상검사 소견만으로는 악성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외관상 물혹처럼 보였는데 3~4개월 만에 종양의 크기가 급격히 커져 떼고 보면 흉선암으로 확진되기도 하고, 암과 구별하기 어려워 부랴부랴 수술을 했는데 조직검사 결과 물혹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흉선종과 흉선암 모두 가능하다면 종양은 물론 흉선 전체와 주변의 지방 조직, 폐나 심막, 혈관 등 종양이 침범한 주위 기관까지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희성(왼쪽)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최신 단일공 로봇수술기인 다빈치SP(Single Port)를 이용해 흉선종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림대동탄성심병원


흉선 주변에는 신경이 분포하지 않기 때문에 흉선종이 생겨도 이렇다 할 자각증상이 없다. 악성인지 양성인지 정확한 구분이 어려워 ‘경계성 종양’으로 분류되다 보니 드물게는 암 보험금 지급을 두고 보험사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의외로 흉선종 진단을 받은 환자들 중에는 수술을 주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사업상 해외 출국이 잦았던 서씨도 ‘암은 아니지 않느냐’며 수술 일정을 미루는 바람에 가족들은 물론 주치의인 이 교수의 애를 태웠다.

◇ 증상 없어 대부분 검진 통해 우연히 발견…‘단일공 로봇수술’ 선호도 높아


흉선은 사춘기 이후 우리 몸에서 기능하지 않는다. 흉선을 제거해도 일상생활에 큰 지장이 없지만 주변에 심장, 폐, 식도 등 중요한 장기가 위치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제거할수록 예후가 좋다. 서씨는 설득 끝에 진단 두 달 가까이 지나서야 수술을 받았고, 세계보건기구(WHO) 분류법상 악성도가 높은 ‘B2’ 등급으로 확인됐다는 조직검사 결과를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후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3개월 간격의 추적 검사를 꼬박꼬박 받으며 혹시 모를 재발 방지에 힘쓰고 있다.



흉선종과 흉선암은 연간 인구 10만 명당 1명 이내로 드물게 발생한다. 중앙암등록본부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새롭게 발생한 암 27만7523건 중 흉선암은 1064건(0.4%)였다. 다만 흉부 건강검진이 증가하면서 우연히 흉선종을 진단받는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흉선은 주변에 심장, 폐 등 주요 장기가 위치하고 있어 수술이 어려운 부위로 꼽힌다. 과거에는 가슴뼈를 반으로 갈라 흉선을 제거하는 정중흉골절개술(개흉술)이 주로 시행됐다. 최근에는 종양의 크기가 매우 크거나 주변의 큰 혈관을 침습한 경우가 아니라면 흉강경 또는 로봇을 이용한 최소 절개 수술이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정중앙의 명치로부터 2㎝ 아래 부위에 3㎝ 크기의 작은 구멍 하나만 내는 단일공 로봇수술은 수술 후 환자들의 삶의 질이 높고 예후도 좋다.

◇ 3D 입체영상 실시간 확인…작은 구멍 하나만 내고도 종양 완벽 제거


늑간에는 척수로부터 갈라져 나온 늑간 신경이 위치한다. 흉강경으로 흉선종을 제거할 때 작은 구멍만 내는 데도 수술 중 신경이 손상될 위험이 커지는 이유다. 이 교수는 “수술기구를 한 쪽으로 접근해야 해 반대쪽 수술 부위의 시야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종양을 완벽히 제거하지 못할 가능성을 막기 위해 양쪽 늑간에 절개창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로봇수술은 근육을 절개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후 통증이나 후유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회복기간이 짧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이 2022년 도입한 다빈치SP는 3개의 수술 기구와 1개의 고화질 카메라가 달린 체내 삽입관이 한 개의 절개 부위로 들어간 다음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다양한 각도로 수술을 한다.

이희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흉선종 수술의 종류와 장단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림대동탄성심병원


10~15배 확대된 3차원(3D) 입체 영상을 실시간 확인하면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갈비뼈 사이(늑간)에 구멍을 내어 접근하는 흉강경 수술보다 다른 장기나 구조물들의 손상을 최소화하고 종양을 정교하게 제거할 수 있다. 단일공 로봇흉선절제술과 기존 흉강경 흉선절제술의 효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합병증 발병, 퇴원일수 측면에서 로봇수술의 안정성이 더 뛰어났다는 최신 연구 결과도 나왔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가격이 다소 비싼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이 교수는 “흉선종은 희소한 경계성 종양으로 알려졌지만 지속적으로 환자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라며 “흉선종이 피막을 뚫고 나와 주변 장기로 침범하면 재발 가능성이 높고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진행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전문가와 상의해 적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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