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공장을 거점으로 기회의 땅인 아프리카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는다. 인도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전략 모델을 아프리카 수출 라인업에 추가해 현지 시장 주도권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현대자동차 인도법인(HMI)은 현지 시장의 성공을 바탕으로 22일(현지 시간) 인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상장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HMI는 지난달 남아프리카공화국 시장을 대상으로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엑스터 수출을 시작했다. HMI는 올해로 남아공 수출 20주년을 기념해 엑스터를 새로운 수출 모델로 선정했다. 이에 현대차 인도공장에서 생산된 996대의 엑스터가 남아공 수출 길에 올랐다.
지난해 7월 인도에 출시된 엑스터는 1년 새 10만 대 넘게 팔리며 성공 가도를 달린 전략 모델에 해당한다. 동급 차량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넓은 공간과 후방 주차 지원, 크루즈컨트롤 등 첨단 기능을 갖추며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남아공 시장에서는 총 세 가지 트림으로 출시되며 판매 가격은 26만 9900~29만 4900랜드(약 2061만~2252만 원)로 책정했다.
현대차는 다양한 차종을 앞세워 남아공 등 아프리카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방침이다. 아프리카는 2035년까지 인구가 1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발전과 함께 자동차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인 마크라인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남아공 승용차 시장점유율은 6.8%로 4위를 차지했다. 기아(3.7%)와 합산하면 10.5%로 2위인 폭스바겐(13.8%)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현대차 인도공장의 전략적 중요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인도에서 남아공으로 수출하는 현대차 모델은 총 8개로 브랜드 입지를 다지는 데 일조해 왔다. 인도에서 생산된 주요 전략 모델들은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중동·중남미 지역에 진출하며 수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 인도공장 수출 물량은 2020년 9만 8900대에서 지난해 16만 3675대로 65.5% 뛰었다.
한편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HMI는 22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HMI는 자사 기업가치를 190억 달러(약 25조 6000억 원)로 보고 전체 지분의 17.5%를 공개해 33억 달러(약 4조 5000억 원)를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상장은 신주 발행 없이 보유 지분을 내놓는 공개 매각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상장이 성공할 경우 인도 주식시장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가 된다. 기존 기록은 2022년 인도 생명보험공사가 25억 달러(약 3조 4000억 원)를 조달한 사례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월 인도 현지 직원을 만난 자리에서 “인도 권역을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할 것”이라며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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