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대신 받은 넥슨 지주회사 엔엑스씨(NXC) 주식 매각에 나선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 지분 매각 예상 대금 3조 7000억 원을 반영했다. 경영권이 없는 NXC 주식을 살 곳이 마땅치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매각 성공을 전제로 3조 원이 넘는 수입을 미리 잡아둔 것이다. 시장에서는 매각이 틀어지면 대형 세입 결손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획재정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25년도 세입 예산’에 국세 물납 주식 매각 대금 3조 7441억 원을 반영했다. 물납 주식을 현금화해 세입을 충당하겠다는 의미로 올해 예산안(534억 원)보다 70배나 많다. 물납은 상속인이 현금으로 세금을 내기 어려울 경우 주식이나 부동산 자산으로 상속세를 대신 납부하는 제도다.
내년 물납주식 매각 대금이 커진 것은 NXC가 원인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2일 물납주식 매각을 위한 매각 주간사 선정 입찰 공고를 했다. 캠코는 지난해부터 정부에서 NXC 주식 85만 1968주(30.64%)를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고(故) 김정주 넥슨 창업주 일가가 상속세 대신 납부한 지분이다. ★본지 9월 13일자 2면 참조
기재부는 일단 전체 NXC 물납분의 약 80%인 3조 7000억 원가량이 내년에 현금화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내년 물납주식 매각을 통해 충당할 재원의 약 99%다. 정부는 NXC 주식 보유분 가운데 나머지 약 20% 매각 대금은 2026~2027년 들어올 것으로 추정했다. 기재부는 “통매각과 분할매각 모두 가능하다”고 했지만 4조 7000억 원이 넘는 NXC 전체 지분 가치를 모두 내년도 세입 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나눠서 넣었다. 세입 전망을 낙관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매각 성사 여부다. 시장에서는 NXC 원매자를 찾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매각분 전체를 매입해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속세 물납 이후에도 창업주 일가의 지분율이 67.67%에 달한다. 특히 NXC는 비상장회사인 데다 기업공개(IPO) 계획도 없어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NXC 주식을 사도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을뿐더러 비상장사여서 쉽게 주식을 팔 수도 없다”며 “상장 계획도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배당 정도를 노리고 조 단위 투자를 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전했다.
가격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NXC 물납 가치에 상속세 최대주주 할증 평가 20%가 반영돼 있는 탓이다. 시장에서는 중국 텐센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잠재적인 인수 후보로 거론되지만 캠코가 지난해 12월 두 차례에 걸쳐 실시한 NXC 지분 공매는 모두 유찰된 바 있다. NXC 오너 일가가 주식을 되사오는 방안이 거론되나 이 역시 쉽지 않다. 국유재산법에 따르면 물납자(상속인)는 평가액을 밑도는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NXC 가치 재평가를 통해 매각가를 재산정해 매각 가능성을 최대한 높일 방침이다. NXC처럼 두 차례 유찰된 물납주식은 물납자 외의 원매자에게 평가액보다 10~20% 낮은 값에 팔 수 있어 가격 부담이 줄어들 여지도 있다. 넥슨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넥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한 744억 엔(약 6740억 원)을 기록했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64%나 증가한 452억 엔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긍정적 요인에도 정부가 불확실성이 있는 물납주식 매각을 과도하게 세입 예산에 반영했다고 입을 모은다. 캠코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팔린 물납주식은 총 193억 원으로 올해 예산안에 잡힌 액수(534억 원)의 36.1%에 불과했다. 그만큼 물납 주식 매각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임 의원은 “물납주식을 매각할 때는 해당 물건이 금전 납부됐을 때와 동등한 세입을 확보하기 위해 매각 가치를 극대화하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정부의 계획은 두 차례 유찰을 거쳐 성공 보수 지출이 수반되는 수의계약을 통해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년간 85조 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한 상황에서 부실한 대규모 세입 계획이 추가적인 세수 손실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며 “이를 방지하고 재정 수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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