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가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의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최 회장이 이번 주 추가로 공개매수가를 높일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로서는 기간, 물량, 세금 등에 있어 MBK가 유리한 판세여서 최 회장 측이 다시 ‘레이즈’를 하지 않기가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마치 경매장 같은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서 양측의 부담과 압박감 역시 커지고 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그의 작은아버지인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최창규 영풍정밀(036560) 회장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7일 이사회를 열어 영풍정밀 공개매수 가격 상향을 결정한다. 고려아연 이사회 역시 이번 주 중에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인상 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공개매수 정정 공시를 하면 10일 뒤로 기한이 연장된다. 최 회장 측이 오는 11일까지 결정이 유력한 이유는 11일 전에 공개매수가 조정을 하지 않으면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 기간이 더 늦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도 MBK의 고려아연·영풍정밀 공개매수는 14일에 종료되는 반면,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는 영풍정밀은 21일, 고려아연은 23일에 끝난다. 투자자들은 같은 조건이라면 MBK와 최 회장 양쪽 모두에 응하거나 먼저 끝나는 MBK를 택하는 편이 공개매수 청약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11일에 조정을 하고 MBK가 바로 받아치면 공개매수 종료일이 같아지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 측은 지난 2일 주당 3만 원에 영풍정밀 대항공개매수를, 4일부터는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를 주당 83만 원에 시작했다. MBK 역시 당초 공개매수 마지막 날이었던 4일 영풍정밀(주당 3만 원)과 고려아연(주당 83만 원) 모두 공개매수가 2차 상향이라는 결단을 내렸다. 양측 모두 최소 매입 물량을 없애 불확실성을 최소화했다.
고려아연 의결권 1.85%를 갖고 있어 숨은 ‘키'로 통하는 영풍정밀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드는 만큼 양쪽의 베팅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4일 영풍정밀 종가는 공개매수가인 3만 원을 훌쩍 넘은 3만 1850원으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됐다. MBK가 영풍정밀 유통 물량 전체인 보통주 684만 801주(43.43%)를 확보할 계획이라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가 인상과 함께 목표 물량 25%(393만 7500주)를 더 높이는 방안이 유력하다.
본 게임이라 할 수 있는 고려아연에 대해서는 최 회장 측이 베인캐피탈과 연합해 최대 18%(자사주 15.5%, 베인캐피탈 2.5%)로 MBK(최대 302만4881주, 14.61%)보다 물량은 더 많다. 하지만 기간에 있어서 MBK가 유리하고, 세금 측면에서도 나쁘지 않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후 소각은 양도소득세 22%가 아닌 ‘의제배당’에 따른 배당소득세(15.4~49.5%)가 부과된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 원이 넘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개인 투자자라면 세금이 급격히 불어날 수 있다. 특히 한국과 조세조약을 맺고 있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양도세 원천징수 과세 대상이 아니지만, 배당에 대해서는 10~22.5% 세율이 적용된다는 점도 같은 조건이라면 MBK쪽에 응할 유인이 된다.
이 때문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 원에서 더 상향할 가능성이 높지만, 계속 베팅을 하기엔 이사회도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영풍·MBK파트너스가 지난 2일 해당 안건에 찬성한 이사진을 형사 고소할 정도로 사법리스크가 불거졌고 소각을 전제로 하더라도 자사주 취득 공개매수에 대한 법원의 판결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게다가 고려아연의 신용등급이면 공모 시장에서 3%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한데 1조 원의 사모사채를 7.5% 금리로 긴급하게 마련했다는 점도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볼 여지가 있다. 고려아연은 하나은행·SC은행으로부터는 고정금리 5.5%로 9개월간 1조 1634억 원을 빌리기로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 측이 다시 공개매수가를 올리지 않고는 방어가 어려워 보인다”면서 “MBK가 최 회장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지 않고도 고려아연 이사회에 추가 압박을 주는 전략인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풍정밀은 최근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맺은 경영협력계약 및 금전소비대차 계약의 이행을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